25일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 계양산 주변 개발제한구역. 인천국제 공항고속도로를 따라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한창인 곳에서 차로 비포장도로를 5분쯤 올라가자 넓은 임야가 모습을 드러냈다. 육군 모부대 정문 앞에 위치한 이곳엔 간이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그 안엔 자갈과 흙이 평평하게 다져 있다. 안쪽으로는 우거진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그 너머엔 계양산 정상도 보인다.
이곳은 롯데건설이 골프장 등 종합레저시설 조성을 추진중인 계양산 북쪽자락 70여만평 중 배나무등 유실수와 조경수가 심겨 있던 5000평 부지. 한 달여 전부터 이곳의 나무 수천 그루가 뽑히기 시작했고, 지금은 울타리 안쪽 100여m 지점은 바닥을 훤히 드러낸 상태다. 계양구는 이곳 5000여평 임야가 무단으로 형질 변경된 사실을 적발, 이 땅의 소유주인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등을 개발제한구역관리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강인수 과장은"임야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는데, 그쪽에서 최근 나무를 베어 판것"이라며"위반행위는 롯데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환경 파괴를 우려한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던 계양산 개발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계양구청장 후보 중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가 모두 계양산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곳은 1989년 당시 ㈜대양개발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계양산 일대 소유 부지 50만평 중 9만여평에 눈썰매장 등 위락단지 조성을 추진하다 일부 주민 반발로 무산됐었다. 1998년엔 롯데그룹이 골프장 건설 등을 골자로 한 개발제한구역 1차 관리계획을 신청했으나 무기한 보류됐다.

롯데는 최근 이곳에 대한 2차 관리계획을 계양구에 제출, 계양산 주변 다남동과 목상동 일대 소유 부지 73만6000여평에 골프장, 위락시설, 숙박시설, 생태공원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지 주변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지나가고, 공항철도와 인천지하철이 만나는 환승역도 예정돼 있어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되고 있다. 계양구 주민 5만여명은 이곳에 종합레저시설을 설치하고 경인운하도 건설해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여 지난달 28일 계양구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계양구청은 다남동 13-8 일대 73만 여평 부지에 민자유치 방식으로 계양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관리계획을 지난달 14일 인천시에 제출했다. 계양테마파크엔 수영장, 궁도장 등 운동시설과 자연체험장, 동물원, 수족관 등이 계획돼 있다. 계양테마파크 건설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부지엔 롯데 소유 부지 20여만평도 포함돼 있다. 계양구청 박종수 균형발전팀장은 "계양구와 롯데가 제출한 관리계획은 개발방향 등이 상당부분 다르다"면서 "부지의 위치를 고려할 때 구의 계획이 환경보전엔 더 적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인천에서 가장 큰 녹지 공간인 계양산을 개발한다는 것은 시민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의 조강희 사무처장은 "일부 주민들의 개발 요구에 편승해 구청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것은 문제"라면서 "지역 시민단체,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양산 주변의 개발은 이번 계양구청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이익진 전 구청장이 재임시절 추진하던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열린우리당 박형우 후보도 개발 필요성을 공약으로 내세워 개발 추진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환경단체 및 일부 주민들이 계양산 개발은 생태계 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