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공격형 미드필더 프란체스코 토티(Francesco Totti)의 이미지는 양면적이다. 토티는 지독한 승부 근성과 거친 플레이로 경기를 장악하고, 때로는 제 성질을 못 이기는 '악동'이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 토티는 카메라 앞에서의 어눌한 말투 때문에 이탈리아 코미디언들의 '밥'이 되기 일쑤다.
'토티의 여자 친구가 화가 잔뜩 났다. "사람들이 당신을 멍청하다고 놀려요. 독서로 교양을 쌓는 것이 좋겠어. 셰익스피어는 읽었겠죠?" 토티가 말했다. "읽긴 읽었는데… 저자가 누군지 생각이 잘 안나."
이탈리아판 '최불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토티 시리즈' 중 하나다. 토티를 멍청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경기 중 수비수에게 침을 뱉고 퇴장당할 정도로 다혈질인 토티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사람들의 조롱에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유머를 모아 2003년 여름 '토티에 관한 모든 농담'(All the jokes about Totti)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2주 만에 15만권이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고, 토티는 그 수익금을 모두 UNICEF(국제아동보호기금)에 기증했다.
토티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이탈리아 현지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지난해 6월 유명 TV쇼 진행자인 일라리 블라시와 토티의 결혼식은 TV에 생중계됐고, 12%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리에A의 평균 시청률이 8~9%인 것과 비교할 때 토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토티는 "데이비드 베컴과 나는 유명인 아내를 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웃었다.
"반 고흐가 한 명이듯 토티 같은 선수는 아무도 없다." 지오반니 트라바토니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의 칭찬처럼 토티는 호나우디뉴(브라질), 지단(프랑스)과 함께 세계 최정상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힌다. 반 박자 빠른 창조적인 패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돌파도 위력적이다. '축구 황제' 펠레는 "지단 없이도 프랑스는 자신만의 축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토티 없는 이탈리아는 상상할 수 없다. 토티는 이탈리아 축구를 차별화시킨다"고 극찬했다.
토티의 플레이는 거침없이 적을 물리치며 진군하는 로마 보병과 닮았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소속 팀인 AS로마를 지킨 토티의 별명은 '로마의 왕자'.
AS로마를 거쳐 현재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토티는 로마가 키워낸 로마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토티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02년 월드컵은 나와 이탈리아 대표팀에 큰 쇼크였다"고 말했다. "한 골이면 충분하다"던 한국과의 16강 연장전에서 그는 시뮬레이션 반칙(일명 할리우드 액션)으로 퇴장을 당하며 팀 패배를 자초했다. 지난 월드컵에 대한 아쉬움이 깊은 만큼 독일월드컵에 대한 토티의 기대는 크다.
그는 "이번 월드컵이 아주리 유니폼을 입는 마지막 대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제 서른 살인 선수가 벌써 국가대표 은퇴를 언급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 토티는 "나는 훨씬 성숙해졌고 대표팀에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