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위기를 맞은 정동영 의장은 23일“여당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3일 고향인 전북을 찾았다. 전북은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낙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지역이다.

23일 오전 8시 25분 용산역에서 익산행 KTX에 오른 정 의장은 다소 피곤해 보였다. 그는 "팽팽한 선거 같으면 얼마나 힘이 더 나겠냐. 큰 차이로 밀려 있으니 후보들 보기도 미안하고 당 의장으로서 면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에 당 의장이 된 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정 의장의 전북 지원 유세에는 의원 4명이 동행했다. 한 당직자는 "요새는 의장 수행팀을 꾸리기도 힘들다"고 했다.

첫 유세 장소인 익산시 부송동. 정 의장은 마이크를 잡자 "솔직히 우리당이 어렵다.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도와 달라"고 했다. 지난 18일 공식 선거 유세가 시작된 이래 정 의장이 가는 곳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다. 이런 읍소는 다음 유세지인 군산역 앞에서도 반복됐다. 정 의장은 "전북과 대전 두 군데에서 겨우 유력하다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데, 한나라당이 대전도 뺏어갈 모양이다. 우리당은 전북만 남게 생겼다"고 했다.

정 의장은 "열린우리당의 완패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완승도 아닌 상황이 되면, 민주·평화세력과의 통합과 연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완패가 아닌 상황의 기준'을 묻자 정 의장은 "2+α(알파)"라고 했다. 시·도지사 두 곳 이상을 이겨야 한다는 얘기였다. 정의장은 그래야 '민주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통합·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전에는 알파를 열심히 만들려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정읍에서 고창으로 가는 유세 버스 안에서 정 의장을 만나 현안들에 대해 질문했다.

정 의장은 노혜경 노사모 대표의 '성형수술 발언'에 대해 "자꾸 부적절한 시점에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다. 안타깝다. 지난 2년간 우리당이 그런 면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왜 이렇게 떨어졌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2년 전 총선에서 국민이 우리를 152석의 부자로 만들어 줬다. 한마디로 조심 또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언론과의 불화, 국민과의 불화를 빚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속에 갖고 있는 생각이 아무리 바를지라도 태도가 잘못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태도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는 2004년 5월 자신이 한나라당 박 대표와 합의했던 상생 협약이 지켜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 의장은 "내각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걸 못해서 안타깝다"면서 "17대 국회에서 대결적 정국 운영보다는 상생과 포용정치를 했다면 우리당의 현주소가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상대방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할 수 있었는데…"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 후 제기될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지금 얘기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만 했다. 그러나 "연초 통일부 장관에서 나올 때 당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던졌다. 4월을 대추격전의 달로 잡고 1%씩 1%씩 지지율을 올려 한때 30%까지 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50대20이 됐다"는 말을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완패하면 정치 지형은 혼란스러워진다. 정치권의 빅뱅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고향에 온 소감을 물었다. "못난 자식인데, 객지에서 손가락질 받아도 그래도 자식이다. 도와 달라 하는 심정으로 왔다"고 했다. 정 의장은 인터뷰 도중 여러 군데에서 전화를 받았다. "부안이 어렵다고요?" 하는 등의 통화가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전북에서도 고창·부안·임실은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우세해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