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3일 고향인 전북을 찾았다. 전북은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낙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지역이다.
23일 오전 8시 25분 용산역에서 익산행 KTX에 오른 정 의장은 다소 피곤해 보였다. 그는 "팽팽한 선거 같으면 얼마나 힘이 더 나겠냐. 큰 차이로 밀려 있으니 후보들 보기도 미안하고 당 의장으로서 면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에 당 의장이 된 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정 의장의 전북 지원 유세에는 의원 4명이 동행했다. 한 당직자는 "요새는 의장 수행팀을 꾸리기도 힘들다"고 했다.
첫 유세 장소인 익산시 부송동. 정 의장은 마이크를 잡자 "솔직히 우리당이 어렵다.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도와 달라"고 했다. 지난 18일 공식 선거 유세가 시작된 이래 정 의장이 가는 곳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다. 이런 읍소는 다음 유세지인 군산역 앞에서도 반복됐다. 정 의장은 "전북과 대전 두 군데에서 겨우 유력하다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데, 한나라당이 대전도 뺏어갈 모양이다. 우리당은 전북만 남게 생겼다"고 했다.
정 의장은 "열린우리당의 완패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완승도 아닌 상황이 되면, 민주·평화세력과의 통합과 연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완패가 아닌 상황의 기준'을 묻자 정 의장은 "2+α(알파)"라고 했다. 시·도지사 두 곳 이상을 이겨야 한다는 얘기였다. 정의장은 그래야 '민주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통합·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전에는 알파를 열심히 만들려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정읍에서 고창으로 가는 유세 버스 안에서 정 의장을 만나 현안들에 대해 질문했다.
정 의장은 노혜경 노사모 대표의 '성형수술 발언'에 대해 "자꾸 부적절한 시점에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다. 안타깝다. 지난 2년간 우리당이 그런 면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왜 이렇게 떨어졌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2년 전 총선에서 국민이 우리를 152석의 부자로 만들어 줬다. 한마디로 조심 또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언론과의 불화, 국민과의 불화를 빚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속에 갖고 있는 생각이 아무리 바를지라도 태도가 잘못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태도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는 2004년 5월 자신이 한나라당 박 대표와 합의했던 상생 협약이 지켜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 의장은 "내각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걸 못해서 안타깝다"면서 "17대 국회에서 대결적 정국 운영보다는 상생과 포용정치를 했다면 우리당의 현주소가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상대방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할 수 있었는데…"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 후 제기될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지금 얘기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만 했다. 그러나 "연초 통일부 장관에서 나올 때 당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던졌다. 4월을 대추격전의 달로 잡고 1%씩 1%씩 지지율을 올려 한때 30%까지 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50대20이 됐다"는 말을 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완패하면 정치 지형은 혼란스러워진다. 정치권의 빅뱅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고향에 온 소감을 물었다. "못난 자식인데, 객지에서 손가락질 받아도 그래도 자식이다. 도와 달라 하는 심정으로 왔다"고 했다. 정 의장은 인터뷰 도중 여러 군데에서 전화를 받았다. "부안이 어렵다고요?" 하는 등의 통화가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전북에서도 고창·부안·임실은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우세해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