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된 지난 11일 김병지(36·FC서울)는 집을 나서면서 부인 김수연(33)씨에게 약속하자고 했다. “여보, 혹시나 안 됐다고 울면 안돼.”
고개를 끄덕였지만 부인 김씨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병지는 끝내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그녀는 일주일 가까이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아쉬워서 운 건 그날 하루뿐이었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토닥여주는 한마디가 고마워서 계속 울게 되더라고요.”
그날 저녁 김병지는 집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큰아들 태백(7)이, 둘째 산(4)이와 함께 외식을 했다.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테이블로 몰려왔다. 김병지는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김병지가 탈락한 뒤에도 태백이는 “아빠는 국가대표야?”라고 자주 묻는다. 11일 오전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우유로 건배하며 행운을 빌어줬지만 태백이는 사정을 잘 모른다. 김병지는 “두 아들은 매번 ‘우리 아빠가 최고의 골키퍼’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2001년 1월 27일 파라과이와의 경기를 잊을 수 없다.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갔다가 실점 위기를 맞았고 이후 대표팀 주전 자리는 후배 이운재가 차지했다. “실수였고 후회가 없는 건 아니에요. 하나의 과정이었다는 걸 이해해주는 팬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김병지의 미니홈피엔 17일 하루에도 ‘그래도 나에게 최고의 골키퍼는 당신입니다(이민욱)’ 등 5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 부인 김씨의 미니홈피에도 위로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김병지가 고교시절 선수생활을 했던 부산 ‘소년의 집’의 김소피아(66) 수녀는 14일 “너는 여전히 1100여 원생들의 영웅”이라며 격려했다.
FC서울의 한웅수 단장은 “대표팀에 발탁된 박주영, 백지훈, 김동진의 집에 꽃바구니를 보냈다. 김병지에게도 당연히 보내게 될 줄 알았다”며 아쉬워했다.
17일 김병지는 프로축구 사상 최다경기(402경기) 출장 신기록을 수립했다.
최다 무실점 경기(134경기) 기록은 계속 늘려가고 있다. 부인 김씨는 경기 전 남편의 미니홈피에 “팬들은 그대의 402경기를 축하하고, 기억하고, 박수치고 있다오…. 잊지 마시고 최고의 열정을 보여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