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는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맞도록 하면 안 되지요. 주사는 급성(急性)환자에게만 필요한 거죠."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생병원 앞에서 25년간 이비인후과를 개업 중인 동산이비인후과 원장 이성희(李誠熙·69·사진)씨는 작년 10월부터 연말까지 주사를 한 번도 놓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주사제 처방률에서 0%를 기록한 전국 456개 의원 중 하나다.
이 원장은 '올 들어서는 얼마나 주사를 놨느냐'는 질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놓지 않고 놓을 필요가 있을 때도 환자에게 물어본다"며 "거의 주사를 사용하지 않아 몇 번이나 놨는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15일 병원에 온 40대 감기환자에게 그는 "주사를 놓을까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러면서 "그런데 선생님은 주사를 안 맞아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감기 환자는 "의사 선생님이 필요 없다는데 왜 맞아요"라며 처방전만 받고 돌아갔다. 주사뿐 아니라 이 원장은 항생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작년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그의 항생제 사용률은 4%. 일부 노인 환자들은 "빨리 나으려면 항생제를 주어야 되지 않아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항생제도 급성이 아니면 필요 없다"며 되돌려 보내기 일쑤다. "주사나 항생제나 마찬가지예요. 급성 편도선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주사를 놓고 항생제가 필요하지, 왜 비싼 돈 들여 주사를 맞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주사를 놓는다고 하면 기겁해 손을 젓는 경우도 많아요."
환자들 중에는 주사 맞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노인들은 "병원에 와서 주사도 안 맞고 가면 되느냐" "왜 주사를 놓아달라는데 안 놓아 주느냐"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낫는다"며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는 주사제나 항생제를 많이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학 다닐 때 소아과교수가 우리에게 늘 하신 말씀이 '약 많이 쓰지 말라' '쓸데없이 주사를 놓지 마라'였어요. 그 말이 내 머리에 인이 박혀 평생 그렇게 해왔어요." 이 원장은 주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의사들 개인의 특성 탓이라는 말도 했다.
전남대의대를 1962년에 졸업해 군에서 소령으로 예편한 뒤 서울 동대문구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아침 9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 진료를 한다는 그는 "이제 얼마나 의사 노릇을 하겠어요"라며 "요즘은 주사를 쓸데없이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사보다 환자들이 더 잘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