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경고는 또 하나의 'Y2K(2000년이 되면 컴퓨터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던 경고)' 호들갑에 그치는가? 세계적인 재앙이 예고됐던 AI로 인한 인간 감염 및 사망이 올 들어 사실상 종적을 감추면서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과학자들은 지난해 겨울을 앞두고 시베리아 등지에서 아프리카로 간 철새들이 인체에 치명적인 H5N1(AI바이러스)을 퍼뜨린 다음 봄에 유럽으로 돌아오면서 AI가 대확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철새들이 유럽으로 돌아온 올 봄 H5N1은 확산 기미 조차 없다.

인터내셔널헤럴드 트리뷴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샘플 수천 개 가운데 H5N1은 1개도 없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철새의 유럽행이 절정을 이룬 지난달의 경우 유럽에서 야생조류 감염은 몇개 샘플에 그쳐 매일 십여 개가 발견되던 두 달 전보다 급감했다.

동남아에서도 정부의 강도높은 방역 노력으로 AI는 평정 단계에 이르렀다. 최대 발병지였던 베트남과 태국의 경우 올 들어 인간 감염 및 사망 사례가 전무(全無)하다. 유럽에서 네덜란드·스위스 등은 이미 가금(家禽)류의 야외 방류 금지 조치를 해제했고, 프랑스는 해제를 준비 중이다. 광활한 국토에 단속 인력이 부족한 인도네시아가 유일한 예외에 속한다.

때문에 철새를 통한 AI 전염의 심각성을 경고해온 과학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UN의 AI수석 조정관인 데이비드 나바로 박사는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에서 AI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승리를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적극적인 방역 조치가 효과적인 것은 입증됐다"고 말했다.


(홍콩=송의달특파원 ed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