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휴대폰에 이어 조선업체 첫 기술 유출'

15일 경찰청 기자실에 보도자료가 하나 제공됐다. 2005년 2월쯤 I사 대표와 회사 수석 연구원이 국내 조선(造船)업체인 D사와 공동 개발한 생산 공정 최적화 프로그램을 중국으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향후 15년 동안 예상되는 피해액은 9377억원.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적발된 '선표 분석 최적화 시스템' 기술은 조선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되는 핵심 기술"이라고 했다.

곧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피해액이 크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데 왜 불구속인가요?" 이에 대해 수사팀장은 "강력범도 아니고…. 직접 중국의 조선업체에 이 정보가 건네졌는지 파악되지 않았으니까. 서로 돈을 주고 받은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이 CD를 중국에 건넨 브로커가 받은 대가는 뭔가요?"(질문) "돈을 받지는 않았어요. 중국 조선소로 넘어가면 향후 회사에서 영업 이익이 남을 테니까."(답)

2005년 초부터 1년 넘게 수사했다는 공치사에 비해선 대답이 너무 엉성했다.

반론을 듣기 위해 해당 업체로 전화를 걸었다. I사 사장은 "첨단 기밀이 아니라 회사 홍보를 위해 만든 10장짜리 파워포인트 자료로 이중 2페이지 분량의 예시 화면으로 소개돼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인 조선업체 D사측도 "이 시스템이 그리 기술 난이도가 높은 게 아니고, 첨단기술 유출이라고 하기가 좀 애매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이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료"라고 반박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한건주의'로 이 사건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쓰레기 만두'와 '포르말린 통조림'사건 등을 경험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