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당혹스럽다. 인터뷰 자리에서 매우 민감한 이야기들을 너무나 거침없이 속사포처럼 뱉어낸다. "남편이 자위하는 거 부인들이 이해해 줘야 합니다. 그거 나쁜 짓 아니거든요"라고 하는가 하면, "저 자신이 처녀랑 스캔들도 나 보고, 폭력으로 구치소 생활도 해 봤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까지 털어놓는다. 그것도 연인에게 사랑의 언어라도 속삭이듯 나지막한 말투로.

김정일(48). 고려대 의대 출신의 서울시립대 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 인제대 의대 정신과 외래 부교수를 역임하고 지금은 알짜 동네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자신의 병원을 갖고 있는 성공한 의사. 한국 사이코드라마학회 부회장으로서 '푸쉬케, 그대의 겨울' 등을 무대에 올린 연극 연출가.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1995년)로 화려하게 저자로 데뷔해, '성격대로 살아가기'(1998) '미로 찾기'(2002) 등으로 장안의 지가를 올린 베스트셀러 저자.

한 문장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김씨가 이번에는 '대한민국 가장을 위한 변명-마흔, 새로운 인생을 꿈꾸다'(청년정신)라는 새 저서에서 파격적인 주장들을 내놓았다. 스스로도 중년의 가장인 그가 '이 땅의 모든 중년 가장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 "우리나라 중년 가장은 '담배 꽁초'다. 일과 가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고 미련 없이 버려진다"고 그는 썼다.

"중년의 가장들은 더 이상 소가 아니지요. 돈지갑도 아닙니다. 희생하는 삶에서,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중년 가장들 외침에 귀를 기울이자는 겁니다. 중년들이 생계를 위해 쫓기며 살더라도, 여유까지 잃어버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한번 살다 가는 건데."

우선 그는 모든 40대 가장들에게 "죄의식을 갖지 말라"고 충고한다. 술을 먹든 외박을 하든 심지어 외도를 하든 뻔뻔해지라고 그는 노골적으로 권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고 어디서든 위안은 찾아야 하며 이 모든 게 결국 가족을 위한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아가 40대 가장들에게 '늦어도 자기 길을 가라'는 조언까지 한다. 대단한 성취가 아니라 인터넷 동호인 모임에 가입하든, 공연장을 자주 찾든 소소한 시도를 자주 해야 한다는 것. 한 마디로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말고 무조건 재미있게 살라는 얘기다. 왜냐? "가장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또 이혼은 되도록 안 하는 게 좋다는 게 김씨의 충고다. 김씨 자신이 한때 요란한 스캔들에 휩싸인 이후 호사가들의 관심은 그의 이혼 여부였다. 안 했다. "이혼한 부모의 아이들은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빠(엄마)가 자기를 버렸다는 상처는 절대 아물지도, 지워지지도 않는다"는 정신의학적 견지에서였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싸우고 물건을 부수더라도 같이 사는 게 백 번 낫다"고 했다. 바로 그가 그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