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어느 날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인상은 '딱딱함'이었다. 30만평에 달하는 공장 주변 주차장엔 대우자동차만 있었다. 대우 마크가 아닌 다른 회사 차를 탄 기자는 적대감 비슷한 시선을 느꼈다. 경비원들은 헌병처럼 'X밴드'를 몸에 감고 있었다.

IMF 금융위기 시절인 1999년 이후 대우차에 대한 인상은 '투쟁'이었다. 노동자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회사를 점거했다. 투쟁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728명이 정리해고됐고 노동자들은 암담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지난 2일 마지막으로 복직된 근로자들을 만나기 위해 9년 만에 다시 찾은 부평공장은 활기가 넘쳤다. 변해 있었다. 공장 주변엔 현대차도 있었고 경비원들은 친절했다. 이탈리아, 독일 등의 수출 행선지가 붙어 있는 차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복직한 1605명 중 한 명은 "약속을 지킨 회사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올가을 회사에서 근속 20년 노동자에게 여행권을 줄 예정인데 복직자들에게도 쉰 기간을 인정해 준다더라"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가족에게 편지를 쓰면서 "다른 나라에 있는 GM 지사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는데 우리가 살려야 한다"고 쓴 복직 근로자도 있었다.

노동자들이 GM을 정말 신뢰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국내 자본인 대우가 주인일 때 쫓겨 났던 노동자들이 외국 자본인 GM이 주인이 된 뒤에 복직했고 해고 후 재취업이 안 돼 극한적인 생활고(生活苦)를 겪었던 복직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1970년대 말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얘기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이라면 부평공장을 보고 이렇게 얘기했을지도 모른다. '대우 고양이든, GM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