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돌아와 지난 한 달 동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들썩이는 국회 주변을 관찰한 감상기를 적자면, 주제는 '탈(脫)정치적 이미지'와 '네거티브 선거전'이 될 것 같다.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장관과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는 모두 탈정치적 이미지를 앞세워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네거티브 선거전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탈정치적 이미지'는 미국에서도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다. 이런 이미지로 성공한 정치인으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들 수 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20년 넘게 정치를 해왔지만 기존 정치인들과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선거자금제도 개혁 등 몇몇 이슈에 대한 그의 집념과 열정 때문이다. 제도권 안에 있으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손대기를 두려워하는 문제에 과감하기 때문에 매케인은 신선하다는 평을 듣는다. 미국에서 정치인의 참신성은 '정치권 안에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신선함에서 비롯된다.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경선후보로 나섰다가 실패한 딘도 초기에는 신선함이 무기였다. 9·11 테러로 국가안보가 미국사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래, 미국 정치인들은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라크전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보를 경시하는 정치인'이라 낙인 찍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때 딘은 '반전'(反戰)을 외쳤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외친 어린 아이처럼 반전을 외치는 딘의 목소리는 용감하고 참신하게 들렸다.

딘의 신선함은 '온라인 선거운동' 방식에서도 나왔다. 딘이 인터넷을 통해 자원봉사자와 기부금을 끌어 모으기 시작할 때, 다른 후보들은 딘이 표밭을 경작하는 새로운 기법이라도 발견한 줄 알고 놀랄 정도였다. 이 참신함과 인터넷이 결합된 '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딘은 순식간에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의 첫 시험대에서 딘은 예상을 뒤엎고 몰락했다. 도대체 왜? 그간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는데, 딘의 선거참모였던 조 트리피는 최근에 펴낸 책에서 "네거티브 광고전 때문에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여덟 명의 민주당 경선후보 중 선두였던 딘은 다른 후보들의 협공을 당하자 네거티브 광고로 대응했다. 딘은 다른 후보들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결정을 지지했던 '과거'를 약점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라크전 전비 증액까지 지지했던 딕 게파트 후보는 큰 타격을 받았고, 즉시 '사회보장 연금 삭감'을 지지했던 딘의 과거를 비판하는 네거티브 광고로 대응했다. 언론은 딘과 게파트가 벌이는 네거티브 광고전을 크게 보도했다. 낡고 추한 방식으로 싸우는 두 후보의 지지도는 급락했다. 다른 후보는 그 덕에 지지율이 올라갔다. 딘은 초기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한번 떨어져나간 지지율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딘의 선거참모는 훗날 네거티브 광고전은 '살인이자 자살'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탈정치적 이미지란 단순히 '정치권 밖에 있었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네거티브 광고전 같은 진부한 방식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끝까지 거부할 수 있을 때, 제도권 안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증명되는 것이다. 강금실, 오세훈 후보가 무기로 삼았던 참신성이 빈껍데기였는지 알맹이가 있는 것이었는지는 지금부터 증명될 것이다.
(강인선·정치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