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와 아프리카·인권·국제활동 소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탈북자 및 납북자 문제 청문회에서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와 한일 양국의 납북자 및 피해 가족들이 증인으로 나서 북한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특히 한국인 증인들은 한결같이 "납북자 문제를 외면하는 한국 정부 대신 미국이 나서서 북한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호소했다.
메구미 모친 "딸이 자유의땅서 살도록 도와달라"
조창호 "北죄악 드러날까 국군포로 귀환 안시켜"
레프코위츠 "개성공단은 김정일정권만 지켜줄뿐"
첫 증인으로 나선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는 개성공단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는 "개성공단사업이 북한에 수억달러를 퍼주었고, 앞으로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면서 "한국측은 이 사업이 남북 간 협력사업으로 냉전의 벽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처우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28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도 "개성공단은 김정일 정권을 지탱시켜 주는 퍼주기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실종 당시 13세)의 어머니 사키에 여사는 시종 울먹이는 목소리로 "메구미가 앞으로의 인생을 자유의 땅에서 살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사키에 여사는 "북한이 모든 납북자를 귀환시키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나서 경제 제재를 발동한다고 말해달라"고 절규했다. 미 의회에서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이 증언하기는 처음이다.
이날 사키에 여사와 함께 증언한 일본납북자구조연합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부회장(후쿠이대학 정치외교학 교수)은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 12개국에서 최소한 523명을 납치해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별로는 한국인이 485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인 16명, 레바논 및 말레이시아 각 4명, 프랑스 및 이탈리아 각 3명, 마카오 출신 중국인 및 네덜란드인 각 2명, 태국·루마니아·싱가포르·요르단 출신이 1명씩"이라고 밝혔다.
이어 납북 어부 출신으로 탈북한 고명섭씨와 43년 만에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조창호(75) 중위, 한국전쟁 납북자가족협의회 이미일 회장은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을 고발했다. 조 중위는 아프리카·인권·국제활동 소위원회 크리스토퍼 스미스 위원장이 "북한이 국군포로들을 되돌려 보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제는 늙어 노동력도 없는 국군포로를 귀환시킬 경우 자신들의 죄악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고명섭씨는 "30년간의 납북 기간 동안 한 번도 남한에 계신 어머니를 잊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지금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신세가 됐다"며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스미스 위원장은 "내달 열리는 G8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납치 문제를 제기하도록 의회차원에서 백악관에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우석 특파원 ws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