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드라마가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은 '감동의 강요'. 이 함정을 요령 있게 건너 뛰느냐 그러지 않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맨발의 기봉이'(27일 개봉)는 그 경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다.
8세에서 지능이 멈춘 40세 노총각 기봉(신현준)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팔순의 노모(김수미)고, 기봉씨가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일은 달리기다. 동네 허드렛일 도와주고 얻은 음식을 식기 전에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뛰어다니다 보니, 동네에선 어느 누구도 그를 따를 자 없다. 신발 닳는 게 아까워서 맨발로 뛰는 기봉씨가 아마추어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돈이 필요했다. 치아가 형편없이 부실해 밥도 못 씹는 어머니의 틀니를 맞춰주기 위해서다.
'맨발의 기봉이'는 휴먼드라마의 장르적 관습을 충실하게 따른다. 일등 효자 기봉씨의 일편단심 어머니 사랑으로 일관하는 100분은, 결국 장애를 가진 기봉씨가 장애를 갖지 않은 동네 사람보다 더 낫다는 교훈으로 감동적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인위적 감동을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누적될수록 그 효용을 잃어버리고, 인공 양념으로서의 영화와 천연조미료로서의 실화의 차이를 되새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고려한다 해도 신현준과 김수미의 연기는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각각 '불편한 카리스마'와 이제는 너무 익숙한 '코미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두 배우는 기존의 이미지를 180도 배반하고, 과잉에 가까울 만큼 착한 소년과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는 전통적 한국 어머니로 성공적 변신을 이뤄낸다. 특히 어눌한 말투와 뒤뚱거리는 걸음을 통해 촌스럽지만 순수한 '바보' 캐릭터를 창조해 낸 신현준의 연기는, 이 배우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