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무부는 희한한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받은 사람은 한국에서 '변호사'라는 명칭을 못 쓰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받은 사람은 명함에 '미국 변호사'라고 쓰면 안 되고, 대신 '미국법 자문사'라고 써야 하고, 어길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만들겠다는 나라에서 이런 법안을 추진 중이라니, 아마 온 세계가 놀랄 일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금융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법률에 의해 생성되고 존재하는 상품이다. '금융 허브'가 된다는 것은 전 세계의 금융 거래에 한국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두바이의 금융 거래도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룩셈부르크의 금융 거래도 한국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한국이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금융 거래에서 핵심은 '준거법'이다. 각 거래의 '준거법'이 어느 나라 것이 되느냐에 따라, 그 나라 법에 대한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허브'가 되겠다면 바로 우리나라에서 그 나라 법의 전문가를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해,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법률 허브'가 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나라가 외국의 변호사에게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못 쓰게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변호사는 법에 정해진 특별한 절차에 의해 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에, '변호사'라는 단어 자체가 특정한 전문성과 제도적 권위를 상징하며, 특별한 윤리 규정에 의해 구속되는 전문직이다. 이를 외국의 변호사라고 해서 '자문사'라는 막연하고 모호한 신조어로 격하시킬 때, 과연 외국의 변호사들은 한국의 법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한국의 수준 미달과 한국 법조계의 폐쇄성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더욱이 자기의 정직한 실체를 있는 그대로, 예를 들어 '영국 변호사'라고 썼다고 감옥까지 갈 수 있다니 아프리카 야만국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려 30조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이 지금 투자처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한 나라의 법률 수준은 외국 투자가들이 그 나라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다. 조만간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선진국 법률가들이 대거 우리나라에 몰려와 우리 법률가들과 같이 일하며 서로 배우고 경쟁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제를 하겠다니,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21세기는 전문가의 시대다. 외국의 전문가들을 격하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위상과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행위다.
(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