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2층에 위치한 민주당 한화갑 대표실은 오랜만에 붐볐다. 평소 당 대표단 회의 때 5~6명에 불과하던 기자들이 이날은 30여명이나 모였다. 전날 구속된 조재환 사무총장의 4억원 수수 파문에 관한 한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한 대표는 이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조 총장이 받은 4억원이 여전히 특별당비라는 입장을 굽히진 않았다. 한 대표는 앞으론 특별당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5·31 지방선거는 '길거리 당사'에서 치르겠다고 했다. 여의도 한강 둔치에 컨테이너 박스로 당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이 길거리로 나앉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입주했던 옛 당사의 임차료 23억원을 민주당이 떠안게 됐다"며 "채권자가 현재 민주당사의 보증금을 압류해 이 돈을 받아내겠다고 하기 때문에 조 총장이 특별당비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한 빌딩의 2개 층을 임차해 당사로 쓰고 있다.

민주당의 '길거리 당사'는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도 지난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천막당사와 청과물 공판장으로 당사를 옮긴 적이 있다. 모두 검찰 수사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당시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이런 행태를 가리켜 "이벤트 정치의 극치"라고 비난했었다.

그런 민주당도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헌금' 파문에 휩싸이자 당사를 옮기는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불법 자금 파문을, 동정심을 유발하는 이벤트로 풀어보려는 수준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황대진 정치부 djhw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