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손봉호(孫鳳鎬) 총장이 25일 '대학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학 사상 초강경 조치를 밝혔다. 손 총장은 이날 '총학생회 선거관련 문제에 대하여'라는 담화문을 통해 "작년 11월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자 수가 총 유권자의 50%에 미달하고 선거인 명부가 조작되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에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더 나아가 "부정선거 의혹이 명백한 상황에서 교육자로서의 도덕적 양심과 대학총장으로서의 법적 책임을 방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총학생회가 학교측의 학생회비 징수 거부를 학생자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학생자치도 중요하지만 그 자치도 교수와 대학의 지도를 통해 완전해진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런가 하면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수개월째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이라는 '내홍(內訌)'을 겪고 있지만 완강히 '원칙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거 학생들이 밀면 적당히 버티다 뒤로 물러나던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이다.

등록금 12% 인상 안을 내놓은 연세대는 "수년간에 걸친 등록금 소폭 인상과 이에 따른 최근 3년간의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수백억원에 달한다"면서 "학생들은 적립금을 풀라고 하지만 이는 기부자로부터 용도가 지정된 것으로 학교가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등록금 5.8%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과 맞서던 이화여대는 지난 1월 교무회의를 열고 ▲불법행사 개최, 허가 없는 게시물 부착 행위 ▲학교 건물 무단 침입·점거 행위 ▲수업 방해, 또는 수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징계할 수 있는 '학생징계 규정'을 의결하기도 했다.

또 고려대는 통합된 병설 보건대 2~3학년 학생들에게도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권을 달라며 교수들을 억류한 학생 7명에 대해 지난 19일 학적이 지워지고 재입학·복학이 불가능한 출교(黜校)라는 초강경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의 한 기폭제가 된 점을 감안해 캠퍼스 내에서의 집단행동 및 요구에 대해 '관용'과 '이해'로 감싸 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그간 대학측은 이런 요인 때문에 학생들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일정부분 교권(敎權)이 약화됐지만 이를 용인해온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들 대학의 대응 방식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내분규의 장기화 및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해 우격다짐에 가까운 학생들의 요구나 투쟁 방식에 대해 침묵하던 과거와 달리 엄격한 교육의 잣대로 접근하고 있다.

대학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학생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는 반면 "뒤늦게나마 대학이 학생을 가르치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최경희 학생처장은 "어느 대학이나 총학생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당한 요구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학교의 규칙을 벗어나거나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과격한 행동이나 비(非)건설적인 주장은 대다수 일반 학생을 위해서나 교육적 측면에서 제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전남대에서는 교수가 직접 나서 학생들을 질타하는 과거 보기 힘든 광경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영태(사학과·5·18연구소장) 교수는 최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대학이 무한 경쟁을 강요받는 현실에서 등록금 투쟁이 총학생회의 최우선 과제인지 묻고 싶다"면서 "차라리 우리대학은 왜 좀더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는지 등을 놓고 총장이나 교수를 성토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에 교수가 공개적으로 전면에 나서 비판하는 것은 대학가에선 일종의 금기(禁忌) 사안으로 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