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공략 2라운드가 열린다. 그동안은 '명성황후' '난타' 등 바다를 건너간 작품이 중심이 됐다면 2006년부턴 현지에서 직접 제작한 뮤지컬들이 브로드웨이를 노크하고 있다. 이들은 올여름 브로드웨이의 사전 관문인 오프브로드웨이나 오프오프브로드웨이 입성을 통해 뮤지컬의 뉴욕 한류(韓流)에 도전한다.

뉴욕의 공연 기획자인 임오혁(32)씨는 24일 "지난해 오프오프브로드웨이인 케이 플레이하우스 공연에 이어 올해 7월 둘째 주에 맨해튼 오프브로드웨이의 요크 시어터에서 팝페라 '레인(Rain)'을 일주일 동안 공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로저스 어워드'를 주관하는 요크 시어터는 오프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극장이다.

팝페라 '레인'은 6·25를 배경으로 한 미군 장교와 북한 여 간호사의 비극적 사랑을 따라간다. 팝과 오페라를 통합한 형태의 뮤지컬. 오프브로드웨이는 100~499석짜리 극장으로, 100석 이하의 오프오프브로드웨이와 함께 참신한 아이디어로 흥행 가능성을 테스트 받는 마이너리그 소극장가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직접 제작한 대형 뮤지컬이 오프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는 처음이다.

'레인'은 임씨가 직접 대본을 쓰고 한국인 작곡가 박혜경씨가 작곡을 했다. 또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소장파 연출자인 제프 브랜디시가 연출했다. 유교를 배경으로 한 이 뮤지컬에서는 한국의 전통 화관무가 등장하기도 한다. 임씨는 "지난해 오프오프 공연의 반응이 좋아 오프브로드웨이로 승격됐다"며 "관객의 호응과 재정 여건을 보아가며 브로드웨이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뉴욕에서 활동 중인 뮤지컬 작곡가 박윤영(29)씨가 작곡한 여성 모놀로그 뮤지컬 '스트리트 와이즈'가 올해 말 오프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다. 박씨가 미국인 작곡가와 공동 작업한 시대 풍자극 '나르씨시아에서 생긴 일'은 지난 1월 코네티컷의 굿스피드극장에서 호평을 받아 '제 1회 젊은 예술가를 위한 굿스피드 페스티벌'의 3대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됐다. 굿스피드 극장은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맨 오브 라만차', '애니', '올 슉업' 등을 초연한 권위 있는 극장이다.

창녀 마리아를 주인공으로 예수를 바라보는, 한국의 토종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도 오는 9월11일부터 한 달간 맨해튼 44번가 램스 시어터에서 공연한다. 한국의 비언어 공연인 '난타'가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을 한 적은 있으나 토종 '뮤지컬'은 처음이다.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는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뮤지컬이 이민 1세대들처럼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올해의 '레인' 등은 현지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감각과 인맥을 바탕으로 제작한 뮤지컬들"이라며 "브로드웨이 진출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평했다.


(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