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만화가'는 아니다. 그러나 이원복(60) 동덕여대 디자인학부 교수의 일상은 강의(학교)?작화(作畵·작업실)?휴식(집)의 반복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저는 그걸 빈둥거린다고 표현합니다. 책 읽고 싶으면 아무 책이나 펼쳐 읽고, 자료를 모으다가 1~2시간쯤 만화 그리고….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생활을 단순 그 자체지요."
1984년 이후 '먼나라 이웃나라' 전 12권을 지금까지 1000만부 넘게 팔아 치운 이 교수가 두 번째 세계사 시리즈 '가로 세로 세계사' 제1권인 '발칸반도, 강인한 민족들의 땅'(김영사)을 펴냈다. 독일 유학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양 만화'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했던 그는 올해 '열정과 격변의 동남아시아'와 '중동아시아,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를, 그리고 '태평양의 젊은 나라들,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21세기 세계경제의 블랙홀, 중국과 몽고', '떠오르는 흑진주, 아프리카' 등 모두 6권을 3년 내에 완성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알바니아·불가리아 등 발칸 국가를 앞으로 내세운 것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민족주의이며, '민족'을 너무 신성시하는 우리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입체 세계사'라고 부릅니다. 종과 횡의 역사를 동시에 살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주인공도 '가로' '세로' '바로'라 이름 붙였지요. 가령 신라의 국가 형성기에 대한 이해는 당시 로마에서 어떤 일(시저의 갈리마르 정복)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알아야 완전해진다는 거지요."
역사를 헤집고 뒤집어 보다가 이 교수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 유엔에 가입한 229개국 중 식민지 경험(경영이든 복속이든)이 없었던 나라는 스위스·네팔·에티오피아·태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도 특별히 수치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먼나라 이웃나라' 첫 권 발간 이후 매년 유럽을 3회 이상 다녔다. 자료도 모으고 토론도 벌였다. 업데이트 작업을 위해서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과오를 되풀이 한다"는 말을 그도 되뇐다. 이 교수는 만화가 허영만을 존경한다. 그리고 만화가로서 자신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