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계 왜곡부터 고치는 게 급선무 아닙니까?"

정부가 민간 부문의 '통계 품질(品質)'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민간기관의 통계 작성과정에 간섭할 수 있는 '통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본지 22일자 A8면)에 대해 한 민간연구소 박사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작 통계의 신뢰를 해쳐온 곳은 정부 자신인데, 갑자기 민간통계의 품질을 운운하며 간섭하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8·31 부동산대책 직전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상위 1%가 사유지의 51%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료가 정부가 저지른 통계 오용의 대표적 예다. 이 통계는 대부분의 토지가 가구주(家口主) 명의로 돼 있는 우리 현실을 무시하고, 미성년자까지 포함한 전체 인구로 계산해 부동산 보유의 편중성을 과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실제 12%에 불과한 강남 출신 서울대 입학생을 60%라고 과장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에는 강남구가 마포구보다 서울대 합격률이 9배나 많다며 강남·북 간 교육격차를 강조했다가, 강북에 있으면서도 서울대 합격률이 높은 외국어고·과학고는 뺀 숫자라고 교육부가 나중에 실토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2년 전엔 정부와 민간의 통계전망 능력이 정면으로 부딪힌 적이 있었다. 지난 2004년 하반기부터 민간 연구기관들은 경제 성장률이 4%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오직 정부만 5% 성장을 주장하는 '나홀로 낙관'에 빠졌지만, 결과는 4.6% 성장으로 민간의 전망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5% 성장은 (전망이 아니라) 정부 당국이 달성하겠다는 정책목표였다"는 말로 오류를 변명했다.

영국의 유명한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 정부의 얘기가 아니었으면 한다.

(박용근·경제부 yk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