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채동욱(蔡東旭·사진)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 소환을 하루 앞둔 23일 "대기업은 1인 기업이 아니다. 시간은 정의의 편이다"고 말해 정 회장 구속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 회장 조사내용이 정의선(鄭義宣) 사장 조사보다 많은가?

"아무래도 범위가 더 넓을 것이다. 조사 분량도 많고 연세도 있기 때문에(정 회장은 68세임) 너무 늦게까지 조사하기 어려워 다시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제출한 탄원서를 수사에 감안하나(탄원서가 구속 여부에 영향을 주느냐는 물음).

"대기업은 1인의 기업은 아니지 않은가."

―정 회장 구속 여부는 어느 정도 합의가 됐나?

"내부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 정 회장을 조사한 뒤 결정한다."

―정 회장의 혐의 시인 여부가 중요한가?

"그다지 관련 없다. 검찰이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를 결정하는 데 변함 없다고 본다. 다만 법원에서는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한다면 형량이 올라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이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시간은 항상 정의의 편이다. 역사는 그렇다."

수사팀의 '대외 창구'인 채 기획관의 언급은 수사팀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부자(父子) 동반 구속을 피한다면 책임이 무거운 정 회장을 구속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론'이 수사팀 내부의 대세다.

채 기획관은 '1인 기업론'을 통해 이런 수사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동안 "현대차는 1인(정 회장) 회사"라며 비자금 조성 등에 정 회장의 개입과 지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날은 정 회장을 구속할 경우 현대차의 문제에 대해 "대기업이 한 사람만의 회사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마침 천정배(千正培) 법무장관도 "재벌의 편법 세습에 대한 과감한 기소를 해야 한다"고 해 수사팀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을 구속하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공백과 신인도 하락으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현실론'도 있다. 재계는 경제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경제관련 언론보도도 현대차의 '위기'를 거론한다. 수혜자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만 구속하는 차선책의 의견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이 경제를 망쳤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그래서 검찰은 내부 토론을 벌이며 막판 고심 중이다. 채 기획관은 시중의 여론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 수뇌부도 수사팀 검사도 기자들에게 "정 회장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다. 정 회장 구속 여부는 정상명(鄭相明) 총장의 결단에 달렸다. "정 총장이 식사도 잘 못하고, 잠도 못 이룰 만큼 고심 중"이라고 참모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