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면서도 정교한 공장 시설물들 가운데에서 작업하니까 영감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아요." 젊은 여성 조각가 심정은(34)씨는 지난 6일부터 서울 난지도 노을공원·하늘공원 사이 난지침출수처리장을 리모델링한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다.
작업실은 관리동 1층 10여평 방으로 침출수 처리기계가 서 있던 자리다. 기계에 맞춰 7m까지 높아진 천장은 개방감을 주고, 대형 작업도 가능하게 한다. 창 밖으론 수명이 거의 다한 철제 파이프 등이 그대로 있다. 앞 잔디마당엔 추상조각가 문신씨의 작품을 포함한 10여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현재 작가 17명이 스튜디오에 입주해 창작활동 중이다. 창작스튜디오 정태섭 소장은 "마땅한 공간이 없어 지하주차장 등을 전전했던 작가들이 이곳을 매우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는 시민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주말엔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스튜디오를 둘러보기도 했다. 심씨는 "문을 열어놓고 작업했더니 몇몇 가족이 방에까지 들어와 작품들을 둘러보고 나와 얘기도 나눴다"며 "작가는 관객과 호흡할 수 있어 좋고 시민은 접하기 힘든 작품활동을 견학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공장 등 대형 폐건물·시설을 재활용해 문화·건강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환경보전과 도시디자인 측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난지침출수처리장 창작스튜디오의 경우, 355평을 리모델링하는데 16억원이 들었다. 시는 약품저장동(109평) 등 나머지 시설도 곧 리모델링해 시민들을 위한 미술체험·오픈스튜디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이사해 들어갈 청계9가 성북수도사업소 건물 리모델링을 3월 말부터 시작했다. 5개층 중 사무실이 들어서는 4·5층을 제외한 1~3층엔 유리벽을 붙여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직원식당이었던 지하 1층엔 클럽·소공연장, 1~3층엔 미팅룸·문화체험공간·야외무대를 만든다. 복도 벽은 갤러리로 꾸민다.

조각가 심정은씨가 침출수처리시설이 내다보이는 난지도 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조각품 10여점을 놓아 장식한 침출수처리시설 앞 잔디공원. 심은정씨 스튜디오도 바로 이 부근에 있다.

시는 1965년 준공한 대학로의 3층짜리 혜화동사무소를 내년 하반기까지 리모델링 해 서울연극종합센터로 재활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공연정보안내·공연예술자료관·창작스튜디오 등이 들어선다.

이런 사례는 2000년대 들어 하나 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선유도공원은 정수장 시설을 거의 그대로 살려 공원화시킨 곳으로, 부서진 콘크리트 기둥들만으로도 이색적인 느낌의 정원이 됐다. 서울숲에도 뚝섬경마장의 트랙을 살린 문화예술공원과, 뚝도정수지 일부를 활용한 갤러리정원이 있다.

국민대 건축과 장윤규 교수는 "최근 리모델링 트렌드가 수량위주에서 가치위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은 친환경·친사회·웰빙이 결합된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개념이 건물에 접목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