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일본이 수로 측량을 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정부 내에서 '조용한 대일 외교'가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일 이전에는 독도와 관련한 일본 움직임을 무시하는 것이 국익에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조용한 독도 정책 바뀌나=상당수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입을 모아 "영토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고위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일본 정부 선박이 우리의 EEZ 경계선을 침범할 경우 나포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사시 주한 일본대사 추방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 내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도발이 1회성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해부터 독도 문제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분명해 보여 조용한 외교 정책을 이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17일 적극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양대 신용하 석좌교수는 "일본의 해저탐사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 1차적 목적이고, 한일 중간수역의 해저자원 탐사가 2차 목적"이라며 "정부는 울릉도가 아닌, 독도 기점의 EEZ 경계선에서 일본 선박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독도를 분쟁수역화한다고 해도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독도역사찾기운동본부 역시 이날 "일본의 탐사선은 반드시 나포해 국내법에 따라 처벌하되, 불응하면 반드시 격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중 대응 주장도 여전=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적극 대응하다가 일본의 의도에 말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반론 역시 여전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일본의 술책에 말려드는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중 대응 기조를 바꿀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의 선박은 해양법에서 군함과 같은 지위를 갖는다”며 “우리가 나포할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당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박철희 교수는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곳에 대해 지나치게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경우 국제사회에 자신이 없는 것처럼 보여질 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