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탈세혐의 등으로 검찰과 감사원 조사를 받고 있는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1000억원의 기부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앞서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털도 제일은행 매각으로 1조1500억원의 차익을 올리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대가성으로 지난해 200억원의 기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대박'을 터트린 외국자본들이 세금문제나 반(反)외자 정서에 부딪히면 이를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부금이란 형태의 '출국세'를 내는 게 관행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정부 달래기용?

론스타는 지난 14일 한덕수 경제부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 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으로 우리가 큰 이익을 본 만큼, 한국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1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외환은행) 주식 매각과 관련,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한국) 국민 여론을 고려해 매각과 관련한 세금을 납부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를 위해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과세논란이 마무리될 때까지 (세금납부용으로) 7250억원을 국내은행에 예치하고, 스타타워 매각관련 추징세금(1400여억원)도 국세심판원의 판단이 내려지면 납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한 부총리는 국회 재경위에서 답변을 통해 "기부금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론스타 과세와 관련해서는 국제적 협약과 법령에 따라 모든 조치를 엄중히 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부금을 받을지, 거부할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론스타의 기부금 카드는 각종 조사로 압박을 가해가고 있는 한국 정부와, 격앙돼가는 한국 내 반 외자 정서를 달래는 동시에 결국 세금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차익(4조5000억원)에 대한 세금은 최대 1조20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기부금 유행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사회헌납금 8000억원을 내놓은 데 이어,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사회헌납금 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자본들도 잇따라 기부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과 원칙으로 처리할 문제를 기부금으로 풀려는 것은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현상"이라며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돈을 벌면 기부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외국인들에게 심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있다면 1000억원이 아니라 1조원의 기부금을 내더라도 소용없는 일"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기부금 사례를 외국자본까지 무분별하게 따라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