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란이 산업화 수준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서방 정보 당국 간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실제보다 저(低)평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 이란은 핵시설물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F-14 전투기 부품과 무인 항공기 등 미제(美製) 군 장비들을 불법적으로 사들여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핵폭탄 제조, 2010년까지 갈 것도 없다" 우려

미 정부는 최근까지도 "이란이 실제로 핵폭탄을 만들려면 2010~2015년은 돼야 한다"고 예측했다. 이는 지금까지 이란이 핵발전 연료 및 핵탄두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 235 농축에 사용한 원심분리기가 성능이 낮은 P1형(型)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12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을 4배 가속할 수 있는 P2 원심분리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이란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P2 원심분리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최초로 시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발표는 과장"이라고 했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2 원심분리기는 파키스탄의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암(暗)시장을 통해 세계 곳곳에 공급해온 것으로, 북한·리비아가 그의 고객이었다. 이란은 1989~1995년 칸 박사로부터 P1 원심분리기를 사들였다. 또 1994~1995년엔 P2 원심분리기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은 줄곧 "1994년에 계획만 세웠을 뿐, 2002년 구입을 단념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란의 핵무장 시점은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도 "P2 원심분리기에 관한 의혹을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핵시설 공격 보복할 자폭대원 4만명

이란은 또 최소 2년 전부터 무기 거래상들과 접촉해 미국으로부터 실험용 전투기·야간 투시장비·무인 항공기 등과 함께, 미사일 체계에 쓰일 다양한 부품과 전투기 엔진을 불법적으로 구입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이들 무기를 통해 자국 내 핵 시설이 파괴될 경우, 이라크 주둔 미군에 보복하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란 정부는 핵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영국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자살폭탄대원 4만명을 훈련시켜 왔다고 16일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같은 목적의 '세계 이슬람운동 순교자 추모본부'란 비정부 단체에도 14일부터 지원자가 몰려 200여명이 자폭대원으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