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한국영화 최대의 결투가 오는 27일 벌어진다. 링에 오를 '선수'들은 조승우·강혜정 커플의 멜로 '도마뱀', 신현준·김수미가 모자(母子)로 출연하는 휴먼 드라마 '맨발의 기봉이', 황정민과 류승범이 악당 경쟁을 펼치는 액션 누아르 '사생결단'이다. 3편 모두 별도로 개봉했으면 모두 그 주 흥행 왕관을 썼을 것으로 기대되는 화제작들.
◆왜 같은 날 정면 충돌하나
표면적으로는 27일이 '길일'이기 때문이다. '사생결단'의 제작사인 MK픽처스 유세은 마케팅팀장은 "학교 중간고사도 끝나는 데다, 5월 1일 노동절이 주말과 이어지면서 극장으로는 호황을 이루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할리우드 흥행대작과 영화사에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월드컵이 줄지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4월 27일을 넘기면 바로 다음 주말에 '미션 임파서블 3'(5일), 그 다음에는 '다빈치코드'(19일), '엑스맨 3'(25일)가 대기 중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월드컵은 거의 '재앙' 수준. 보통 6월에 포문을 여는 블록버스터들이 한 달을 당겨 개봉하는 이유도 바로 독일 월드컵이 무서워서다. 이런 상황에서 더 미룰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 세 편을 한 날 한 코너로 몰아넣었다.
◆모두가 웃을 수는 없는 법
'맨발의 기봉이'를 배급하는 쇼박스의 김태성 홍보부장은 "콘텐츠 질에 따라 시너지 효과가 발생, 관객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4월은 1년 중 관객수가 가장 적은 비수기.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로 지난해 4월 전국 관객 수는 659만 명이었다. 여름 성수기인 8월의 1410만, 겨울방학인 12월의 1467만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 하지만 제작비 대비 세 편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200만(사생결단), 160만(도마뱀, 맨발의 기봉이)명. 합치면 그것만도 520만 명이다. 참고로 4월 개봉작은 모두 25편. 작년 기준으로 단순화하자면, 700만 명도 못 미치는 관객을 놓고 25편이 파이를 갈라먹어야 한다. 모두가 웃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충무로의 4월은 여전히 잔인하다.
◆죽거나 혹은 까무라치거나
따라서 사활을 건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 편 모두 순제작비의 절반 가까운 20억원 가량의 거액을 홍보 비용으로 쏟아 부을 계획이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조금씩 다르다. ‘도마뱀’의 경우 요란한 마케팅보다는 작품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계획. 조승우·강혜정 실제 연인의 영화 속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도마뱀’은 17일부터 대규모 시사회를 펼칠 계획이다. 제작사인 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멜로영화로는 최대 규모인 3만 명 시사회를 준비 중”이라면서 “작품에 자신이 있는 만큼 시사회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사생결단’은 배우들의 무대 인사와 5만 명 시사회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촬영장소였던 부산지역의 모든 시사회에 류승범·황정민 두 배우가 직접 참석하고, 전국을 게릴라 식으로 방문하는 등 ‘발로 뛰어’ 관객과 만나겠다는 것. ‘맨발의 기봉이’는 방송 오락프로그램을 집중 공략한다. 신현준, 김수미는 물론 탁재훈 등 조연들까지 총출동해 ‘노출 빈도 증가’에 주력하기로 했다. 결전까지 남은 시간은 2주.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로 미소지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