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중·일·러의 6자회담 대표가 모두 참석한 동북아시아협력대화는 6자회담의 불씨를 살려내지 못했다. 사실은 한반도 문제 논의의 中心중심 테이블이 6자회담에서 미국의 對北대북 직접 압박으로 바뀐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에 이어 8일부터 미국인과 미국 관련 기업·단체들이 북한선박을 빌리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뒤집어 보면 미국도 6자회담에 별 미련이 없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가 북한이 납치한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1978년 납북된 김영남씨라는 사실을 이번 행사 시기에 맞춰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이 6자회담을 蘇生소생시키는 데 약간의 관심이라도 있었더라면 이 발표를 뒤로 미뤘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직접 압박에 애가 타면서도 겉으론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으니 한국만 텅 빈 6자회담장을 혼자 지키는 꼴이 돼 버린 셈이다. 한·미·일 共助공조라는 말이 죽은 말이 돼 버린 것이다.
오는 21~24일 평양에서 다시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린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이번 회담의 議題의제로 평화정착 문제, 남북경제협력 문제, 인도주의적 문제, 6자회담 등을 꼽으면서 "그것들 중 어느 것이 우선 순위라기보다는 서로 말하는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조율을 하고 지금 안 되면 다음번에 또 하고 이렇게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부도 이젠 한국 혼자서 노를 저어봐야 6자회담을 띄울 수 없으리라는 눈치는 챈 것이다. '한반도 상황이 바뀌고 있다'거나 '북한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이 장관 말은 북한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정부 스스로가 혼자 되뇌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 속만 뚫어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우방의 속생각조차 제대로 짚지 못한 한국 외교의 결과다.
일이 여기까지 굴러온 것은 지금까지의 남북대화란 것이 북한이 원하는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한국은 그저 북한 이야기를 듣는 걸로 시종했기 때문이다. 그 방식에 限界한계가 온 것이다. 그런 방식의 대화로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는커녕 우방국가들의 의심만 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