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주창하는 '화해사회(和諧社會·지역 계층 간 공동 발전을 지향하는 사회)'는 신속한 경제 발전이 사회 불안을 야기한다는 생각을 깔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발전이 바로 화해 아닙니까."
"현재 당의 권력구조는 헌법에 위배됩니다. 당은 헌법의 통제를 무시하고 있어요. 현 공산당은 양당제로 분화돼야 합니다."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北京) 교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사회주의 중국에 어울리지 않는 놀랄 만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 거시경제 개혁 동향 좌담회'라는 명칭으로 열린 이날 회의는 토론 내용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한 비밀회의였다. 참석자는 정부 고위 관리와 저명 경제학자, 사법 전문가 등 40여명이었다. 그런데 이 회의내용이 유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어 웹사이트 둬웨이(多維)는 10일 거의 책 한권 분량의 회의록 전문을 공개했다.
당 최고 지도부를 직접 겨냥한 사람은 베이징대 광화(光華)관리학원의 장웨이잉(張維迎) 부원장이었다. 그는 후 주석의 '화해사회'를 겨냥, "외자를 유치하고 사영(私營)기업을 허용하는 지역이 사회주의를 고수하는 지역보다 생활 수준이 더 높고 빈부 격차도 더 작다"며 "기업 세금을 올리고 노동자 임금(최저 임금)을 정부가 통제하려는 것은 큰 착오"라고 비판했다. 중국 현실에서 공산당 최고 지도자를 직접 비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공산당의 정체성을 공격한 사람은 베이징대 법대 허웨이팡(賀衛方) 교수였다. 공산당 일당 독재를 부인하고 양당제를 지지한 그는 "당에서 군대 통솔권도 박탈하고 헌법 심사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당제와 언론 자유, 진정한 민주, 진정한 개인 자유는 우리가 앞으로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역설했다.
개혁파의 목소리가 위험 수위를 치닫자 칭화대(淸華大) 쑨리핑(孫立平) 교수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는 "과거에는 모든 사람이 고속 성장을 묘약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그 약발이 다했다"며 "좌파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맞받았다.
결국 정부의 고위 브레인인 가오상취안(高尙全) 중국경제체제개혁연구회 회장이 "선동적이고 비이성적인 발언을 자제하자"며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누구는 후 주석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지도자는 말을 적게 해야 한다"며 "단결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나가면 그만 아닌가"라고 참석자들을 힐난했다.
이날 회의 내용 일부는 중국 웹사이트에 등장하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방 언론에도 보도됐다. 외신들은 중국에 자본주의 모순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나오면서 공산당 일당 독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도층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