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멀티플렉스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돈은 약 200억원. 극장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영화표'만 팔아서는 어림도 없다. 미국서 영화를 '팝콘 사업'이라 부르는 이유는 실제로 주전부리를 팔아 얻는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팝콘 매출만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극장업계의 불문율인 이유다.
상황이 이러하니, 멀티플렉스는 '맛 전쟁'에서도 치열하다. 심야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야식전용 카트까지 등장, 예전 작은 극장에서 "연양갱이나 사이다 있어요" 하던 '매대의 추억'까지 되살리게 한다. 멀티플렉스의 쌍두마차인 CGV와 메가박스가 각각 식품업체인 CJ와 오리온그룹의 계열사여서 양쪽의 자존심을 건 맛 대결은 더 치열한 상황이다. 롯데 계열사인 롯데시네마는 매점 운영을 외부업체에 맡기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편이다.
◆팝콘의 대세는 '캐러멜 팝콘'
팝콘은 맛 전쟁의 대표상품. 고객 입맛을 잡기 위해 평균 3개월간 연구한다. CGV는 지난해 3월 캐러멜 팝콘을 선보이기 위해 미국, 일본, 태국의 주요 극장을 방문해 일일이 맛을 비교 점검했고, 리서치 업체와 CJ의 주부 모니터단의 맛 테스트를 거쳤다. 3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한 당도 낮은 '한국형' 캐러멜 팝콘은 현재 CGV 팝콘 판매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덕에 전체 팝콘 판매도 5% 가량 늘었다.
어린이와 여성들을 타깃으로 지난해 6월 캐러멜 팝콘을 수입하기 시작한 메가박스의 경우 캐러멜 팝콘과 버터 팝콘의 판매비율이 6대4로, 캐러멜 팝콘이 기존 팝콘을 눌렀다. 메가박스 운영팀 신사도 팀장은 "호응이 너무 좋아 배로 수입하던 것을 비행기로 급히 받아 판 적도 있다"며 "현재 기존 팝콘과 전혀 다른 신개념 팝콘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러멜 팝콘은 대(大) 4000원, 중(中) 3500원, 소(小) 3000원으로 일반 버터 팝콘에 비해 500원 비싸다.
◆극장에서 웰빙하고 식사까지?
메뉴개발을 맡은 CGV 컨세션(매점) 매니저 김진선씨는 "지난 2003년부터 분 웰빙 열풍이 극장 메뉴 개발 붐을 촉발했다"고 했다. 맛고구마, 맛밤 등 소음이 적은 웰빙 스낵을 판매하고 있다. 메가박스의 경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녹차음료 등 웰빙 관련 상품이 현재 전체 매출의 2%를, 페트 음료 중 녹차 음료의 비율은 15%다. 생각보다는 높지 않은 편.
휴일 조조 관객과 주말 심야 관람객을 겨냥한 맛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주말 심야대에 영화 2편을 묶어 상영하는 '메가나이트' 시간에 야식 전용 판매 카트가 극장 내부를 돌면서 스낵과 음료를 판매한다. 조조 관객을 위해 빵, 커피 세트와 모닝콤보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GV는 부산 영남지역의 일부 극장에서 성수기와 주말 저녁 시간대 '야식바구니'를 운영한다. 토요일 오전 시간대 브런치 개념으로 먹을 수 있는 '쁘띠 식사 메뉴'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강남선 나초! 부산선 쥐포!
고객들이 까다로워지면서, 신메뉴 개발의 과정은 더 험난해졌다. 메뉴 개발담당자들은 '시네아시아', '쇼이스트' 등 영화관 관련 국제 박람회에 참석하고 연간 1~2회 정도 해외 선진 영화관을 돌면서 메뉴를 살펴본다.
지역별로 다른 입맛을 파악하는 것도 필수. CGV압구정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팝콘이 아닌 옥수수 과자 '나초'가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부산 영남지방은 맵고 짠 맛을 선호해 영화관 밖에서 파는 쥐포, 오징어 등을 선호한다.
메가박스 전주점에서는 핫도그에 양파와 피클을 넣은 '메가 핫도그', 대구점에서는 커피 슬러시에 휘핑크림을 올린 '메가 슬러시' 메뉴가 있다. 오는 27일 문을 여는 목동점에서는 영화 상영 전 대기 공간인 'M-zone'을 만들어 맥주와 아몬드 안주를 판매할 계획이다. 여성 관객이 많은 CGV명동은 푸딩과 케이크가 인기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