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배우

여배우 나이 스물 일곱. 제일 예쁘고, 제일 예뻐 보이고 싶은 나이, 그녀의 절정을 스크린이 알아주길 바라는 나이다. 하지만 배두나(27)는 충무로에서 '예쁜 척 안 하는' 몇 안 되는 여배우다. 한동안 스크린 활동이 뜸한 듯하더니,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13일 개봉)의 출연진으로 국내 극장가에 복귀한다.

축제 공연을 위해 밴드를 결성한 일본 여고생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 '린다 린다 린다'에서 배두나는 어설픈 일본어 때문에 얼떨결에 보컬을 맡게 된 한국인 교환학생 '송' 역을 맡았다. 일본영화 출연은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를 알아본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출연제의와 "천재 감독이니 무조건 하라"는 봉준호 감독의 조언이 만들어낸 인연이다.

"화장은 제가 안 한다고 했어요. 꾸미지 않아야 자연스러운 역할인데 억지로 분장해서 예뻐 보이는 건 제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거든요." 배두나가 꾸준히 실력 있는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녀에게 이런 자신감과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지장 같은 해사한 얼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크게 뜬 동그란 눈. '린다…'에서 그녀는 텅 빈 흰 종이처럼 무심해 보인다. 실제 그녀의 별명도 '무심(無心)이'. 가슴 아픈 일, 세상 떠들썩한 일에도 요란 떨지 않는다고 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무심'은 배두나의 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 경험을 되살리며 하는 연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살인을 해야만 살인 연기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그냥 텅 빈 제 마음에 캐릭터를 녹여요." 박찬욱 감독도 그녀를 '고정관념이 없는 배우'라고 평한다.

그녀는 연극배우였던 어머니 김화영씨로부터 연기를 배웠다. 영화 '청춘'(2000)의 시나리오를 받아 들고 고민할 당시 "여배우가 옷 벗는 게 두려워 베드신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통했던 것도 어머니였다. 과감한 노출이 화제가 됐던 '청춘'이 개봉되자 헤어졌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네가 내 여자친구였다는 사실이 창피하다"는 통보였다. 그때 배두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여자가 되기보다,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일본 영화현장에서도 배우로서 배운 점 느낀 점이 많았다. "기타면 기타, 드럼이면 드럼. 전혀 쳐본 적이 없다던 어린 배우들이 '한 달 내에 난 기타리스트(드러머)가 될 거야' 하며 줄곧 연습하더니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7월 개봉될 '괴물'에서 양궁선수 역을 맡은 배두나는 그래서 '나도 진짜 양궁선수가 돼야지' 하고 연습했단다.

배두나는 자신이 예쁘장한 여배우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게 더 좋단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얼굴이 아니라서 전 다행이에요. 그만큼 다른 배우들이 못하는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잖아요. 남자보다 여자들이 좋아해주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