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단 분위기를 알려면 치료실(마사지실)을 보면 된다고 했다. 5승1무 무패로 2006 K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성남의 치료실은 어떨까? 이곳은 '사랑방'으로 불릴 만큼 분위기가 좋다. 탄천종합운동장 내 선수단 숙소 치료실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미니게임으로 훈련할 때면 선수들이 웃고 장난하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린다. 우울했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첫째도, 둘째도 훈련
수원에서 성남으로 합류한 조병국은 지난해 여름 강원도 양구 전지훈련을 하다 25분 만에 백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성남은 훈련량이 많다. 다른 이적생들도 "훈련이 몇 배 힘들다"며 혀를 내두른다. 성남이 보여주는 빠르고 조직적인 경기력은 모두 강훈련이 바탕이 된 체력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요즘 성남 팀 미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일심(一心)·일체(一體)·일념(一念)·일획(一劃)'이라는 좀 어려운 한문. 선수단이 한마음 한몸 한생각으로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란다.
?선수 리모델링?
프로야구에선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화가 '재활 공장'이었다. '끝났다'던 선수들을 데려다 한몫 하는 선수로 바꾸어낸 탓이었다. 축구의 성남은 '재활공장'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리모델링'에는 일가견이 있다. 지난 시즌 후기부터 경기력 저하로 고전하던 GK 김용대는 부산에서 이적한 뒤 몸무게를 4~5㎏이나 빼는 진땀 훈련 끝에 예전의 민첩한 몸놀림을 찾았다. 조병국도 부상을 털어내고 주전 자리를 거머쥐었으며 수원에서 포지션을 찾지 못했던 김두현 역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만점 활약을 한다. 지난해 포항에서 이적한 '황혼의 공격수' 우성용(33)은 올해 벌써 5골로 리그 득점 1위를 질주 중. 제2의 전성기가 아닐 수 없다.
?외국 선수도 식구처럼
전문가들은 "성남의 외국인 선수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 성남의 두두, 모따, 히카르도는 다른 팀 외국선수들과 달리 공격에서 수비까지 엄청난 운동량을 보여준다. 비결은 바로 '용병의 토착화'다. 성남 코칭 스태프는 외국 선수들이 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한국 선수들에게 그들을 한가족으로 대하라고 주문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적 강훈련'을 견디지 못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해 훈련 열외를 시켜주기도 한다.
?구심점은 김학범
그렇다면 구심점은 역시 김학범 감독이다. 성격 불 같은 차경복 감독 밑에서 7년 동안이나 코치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지휘봉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김학범 감독은 속칭 스타 출신이 아니다. 국민은행에서만 17년간 선수로 뛰었고 국가대표팀 근처에도 못 가봤다. 하지만 그는 14개 프로팀 감독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지략가로 통한다. 오랜 실업선수 생활을 통해 음지의 선수들 속마음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남의 트레이드 마크인 4백 수비진 역시 그가 코치 시절부터 주창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