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深?)에서 13년간 봉제제품을 생산해온 베스톤은 선전에서 내륙으로 400㎞ 들어간 샤오관(韶關)으로 공장을 이전하기로 했다. 5월 말이면 샤오관 공장이 준공돼 이전을 시작한다. 선전은 매년 15%가량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데도, 노동자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공장 입구에 구인 공고를 붙여놓으면 하루 수백명씩 몰려드는 것이 예사였는데, 최근에는 10명을 넘는 경우도 드물다. 그나마 잠깐 일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많아 '민궁황(民工荒·농촌 출신의 비숙련 노동자 구인난)'을 절감하고 있다.
이 회사 김용관 사장은 "봉제업은 노동집약적 업종인데, 지금의 인건비 상승 속도로는 도저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가 싼 내륙으로 공장을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억명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기반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이 변하고 있다. 주강삼각주와 장강삼각주 등 동남 연안 지역을 필두로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저임금을 이용한 제조업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섬유·전자업체들 중에는 중국의 동남 연안에서 내륙 깊숙한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아예 중국을 떠나 인건비가 더 싼 베트남·방글라데시 등지로 옮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휩쓸고 있는 세계 무역구조까지 바꿀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주강삼각주 지역의 월 최저임금 기준은 선전이 지난해 680위안(약 8만1600원)에서 올해 850위안(약 10만2000원)으로, 둥관(東莞)은 574위안에서 700위안, 후이저우(惠州)는 490위안에서 574위안으로 각각 인상된다. 인상폭이 무려 17~25%에 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가파른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강삼각주 지역에서는 2004년부터 '민궁황'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숙련·비숙련 노동자 부족 현상을 겪는 지역은 저장성·장쑤성·푸젠성 등지로까지 확대됐다. 선전 지역의 한 외자업체의 인사담당 부장은 "절대적인 노동력 부족도 문제이지만, 높은 이직률이 더 큰 문제"라면서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월 평균 이직률이 10% 가까이 달한다"고 말했다. 이는 1년만 지나면 기존 근로자들이 거의 모두 바뀐다는 의미다.
가파른 임금 상승과 동남 연안 지역의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은 중국의 성장방식 변화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우선 농업세 폐지 등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농촌으로 회귀하는 '민궁'들이 늘고 있다. 또 고정자산투자와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성장 방식에서 탈피, 내수 확대를 추진하는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계속 끌어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스스로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세계의 공장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