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제주도 전역을 2시간30여분 동안 극심한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정전(停電) 사고는 전기 공급·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사장 한준호·韓埈皓)의 관리 소홀과 안이한 대처 탓으로 2일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달 24일 충남 서산대산석유화학 공장 가동 중단 사고, 같은 달 10일 부산 서면 일대 3만 가구 정전 사고에 이어 발생, 한전 관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국가 핵심 시설인 산업공단, 국내 제 2대도시, 국제자유도시를 선언한 제주도 등에서 대형 정전 사고가 3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한전은 제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해저송전케이블 2회선이 1일 오전 10시36분쯤 모두 차단되고, 이에 따른 과부하로 도내 3개 발전소가 연쇄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그러나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고 지점과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남 해남과 제주 101㎞ 구간을 잇는 케이블 한곳이 파손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것은 언제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저인망 어선의 그물이나 선박의 닻에 의한 파손 가능성도 제기했다. 제주도민들의 생명 줄과 같은 전력이 얼마나 허망하게 차단될 수 있는지를 자인한 셈이다.

돌발 상황에 대한 한전의 허술한 대처가 사고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한전 관계자도 "일부 공급 시설의 파손이 도 전체의 전기 공급 중단으로 이어진 것은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시인했다.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어 더 심각하다. 1997년 해저송전케이블이 설치된 이후 케이블 고장으로 인한 정전 사고가 거의 매년 발생했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오후 부산 서면 일대 3만 가구 전기 공급이 1시간 여 동안 중단돼 수천 명의 시민들이 불 꺼진 지하철에 갇히고, 퇴근길 교통은 완전 마비됐다. 이 또한 변전소 노후시설 교체 잘못 등 인재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