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나가다' 이후 4년 만에 나온 이 소설집은 제목도 파랗고, 표지도 파랗다. 작가는 "푸른 빛이란, 아무리 뚜렷해도 신비로운 것, 먼 것, 차가운 것"이란, 알듯 모를듯한 말을 한다. 책에 실린 11편의 단편들 색조도 푸르스름하다. 모든 것이 다 보이는 대낮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한밤중도 아닌 여명, 또는 황혼의 푸른 빛. 어차피 삶 또한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는 푸른 빛이다.
표제작은 유사자폐에 빠져 세상에 담을 쌓은 '일산아이'와 그를 치료하는 음악치료사 '나'의 이야기. 미국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던 아이는 거실에서 꿈결에 엄마가 낯선 남자와 함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본다. 아이는 "봤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꿈"이라고 한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아이는 '엄마의 새 남자'로 인해 받은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나'는 일산아이 외에도 치매노인, 하품을 한 뒤 입이 닫히지 않는 소녀, 눈을 너무 자주 깜박이는 틱증후군에 걸린 옛 친구 등을 치료한다. 모두 세상과 정상적인 소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일산아이 치료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나는 집에 틱증후군 친구를 잠시 들여 함께 산다. '나'의 집은 날이 추워지면 벽에 물방울이 맺혀 벽지에 곰팡이가 핀다. 친구가 들어온 뒤 거짓말처럼 습기가 사라졌다. 언제나 닫혀 있던 이 집의 창문을, 집 근처 골목 전신주 옆에 서 있곤 하던 헤어진 남자를 내다보기 위해 친구가 열면서 환기가 되고 습기가 사라진 것.
친구가 따로 나가고, 집에는 다시 습기가 찬다. '나'는 그제야 창을 늘 닫아놓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세상을 향해 닫아놓은 창의 존재를 깨닫고, 다시 일산아이를 치료한다. 아이를 등뒤에서 가만히 안고 손으로 기타를 친다. 기타의 이름은 '네 마음의 푸른 눈'. 아이가 거짓말처럼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