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간혹 언론을 통해 '우주 쇼'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우주쇼란 지구를 포함한 천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이벤트를 지칭한다. 행성의 정렬, 유성우, 혜성, 월식 등이 그런 것에 속한다. 이러한 우주쇼 중에 가장 극적이고 환상적인 것은 두말할나위도 없이 태양빛이 완전히 사라지는 개기일식(皆旣日蝕)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기일식의 감동을 찾아 1999년 터키 일식, 2001년 아프리카 일식, 2002년 태평양 금환식(金環蝕·태양의 가장자리 부분이 금가락지 모양으로 보이는 일식)에 이어 지난 29일 터키 남부 휴양도시 안탈리아에 가 아프리카 북부에서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일식을 관찰했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들어오면서 만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던 태양이 갑자기 빛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개기일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러나 단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들어온다고 해서 태양빛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식이 일어나는 것은 우연하게도 지구에서 보는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같기 때문이다. 달보다 약 400배나 큰 태양이 지구에서 달보다 400배 정도 떨어져 있으니 우리 눈에는 거의 같은 크기로 보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들어오면 태양빛을 완전히 가리게 된다.

태양과 달이 겹쳐지면 지구상에는 작은 달의 그림자가 만들어지고, 이 작은 점이 시속 약 2000㎞의 속도로 지구 표면 위를 스치듯이 지나간다. 만약 이 그림자가 지나가는 길에 있다면 개기일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달 그림자의 직경은 약 150㎞ 정도이며 관측자의 머리 위에 머무는 시간은 약 3분여에 미치지 못하니 그 극적인 효과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개기일식은 태양의 한쪽 모퉁이부터 사라지는 부분식(部分蝕)으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한 듯 진행되는 부분식은 약 한 시간 가량 지나면서 태양의 90% 이상이 가려지며 급격한 속도로 주위의 빛을 삼켜간다. 이제 피부에 느껴지는 햇빛은 거의 모든 힘을 잃어 태양의 감촉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마치 회색빛 짙은 선글라스를 통해 보는 세상처럼 차갑게 보여지는 것도 잠시뿐, 개기일식 약 5~6 초 전에 이르면 온전한 태양은 모두 사라진다. 다만 울퉁불퉁한 달 표면을 겨우 빠져나온 태양빛만이 마치 전기 스파크처럼 빛나는 '다이아몬드 링'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부터는 보안경 없이 맨눈으로 태양을 바라볼 수 있다.

개기일식이 정점에 이르면 검은 태양 주변에 밝게 빛나는 태양의 대기, 즉 코로나(corona)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태양 전체가 모두 달 뒤에 가려진 개기일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육안으로 보는 코로나는 실로 경이롭다. 이 빛들은 불규칙한 달 표면에 의해 꺾이고 지구 대기를 지날 때 아지랑이같이 굴절되면서 꿈틀거리는 묘한 역동감을 표출하게 된다. 또한 주변 하늘은 마치 초저녁 희미하게 하늘이 빛나는 박명(薄明)같이 검푸르게 변한다.

일식은 대략 1년에 한두 번 나타난다. 그럼에도 특정 지점에서 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빈도는 대략 100년에 한두 번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는 2035년 9월에 평양지역을 지나는 개기일식이 예정돼 있다. 아쉬운 대로 2009년 7월에 중국 상하이 지역을 통과하는 개기일식이 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약 80% 정도 가려진 태양을 보게 될 것이다. 벌써 다음번 일식이 기다려진다.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