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는 햇살 좋은 날 해질녘에 잘 잡혔다. 찌그러진 주전자 속에는 피라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치나 끄리, 마자의 어린 물고기가 있고 더러 돌고기나 금강모치도 섞였다.
큰 놈들은 엄지손가락으로 무질러 배를 따고 작은 놈들은 그냥 냄비에 담는다. 무를 넉넉히, 귀갓길에 몇 개 딴 풋고추를 숭숭 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 국물이 뿌옇게 될 때 뒤안에서 퍼온 고추장을 두어 숟가락 풀어준다. 물을 넉넉히 넣으면 어른들 소주 마시기 좋은 매운탕이고 자작자작 졸이면 밥반찬인 조림이다.
어린 날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과 그들을 따라온 이들은 서울과 일산의 접경에 있는 파로호민물매운탕 집에서 배를 불리고 향수에 젖는다. 강원도 양구가 고향인 이한범 사장은 12년째 파로호에서 온 고기를 다듬으며 고향에 남아 그물을 치는 친구들의 안부를 듣는다.
솜씨 좋은 아내는 맛을 고집할 줄 안다. 옛추억을 더듬어 시래기를 넣어달라는 손님도 있지만 쓴 맛 때문에 넣지 않은지 오래다. 좋은 무를 얇게 썰어 넉넉히 넣어서 조림조차 시원한 국물맛을 내느라 신경을 쓴다.
조림으론 잡고기(大 3만원, 中 2만5천원)와 붕어(大 3만5천원, 中 3만원), 매운탕으론 잡탕과 메기, 빠가사리(국명은 동자개), 쏘가리(大 3만5천~6만원, 中 2만5천~5만원)를 낸다. 넘치지 않는 매운 맛은 이 집의 장점 중 하나. 아주머니의 손이 유난히 커서 중짜 하나 펼치면 4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이미 입소문이 나서 점심 시간엔 줄을 서야 할 때도 있다.
주차공간은 10대뿐. 급할 땐 이웃 옥수사우나의 너른 주차장에 실례해도 된다. 오전 11시 문을 열고 밤 9시30분에 닫으며 1·3주 일요일엔 쉰다. ☎02) 3158-0142.
(장창락 휴먼앤북스 편집위원 jj061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