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에임스가 16번 홀에서 이글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인구 120만명인 섬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스티븐 에임스(41)가 세계 최고 상금을 자랑하는 미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제패했다. 1997년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였던 현재 부인을 만나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지 9년 만에 '제5의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것. 에임스는 27일(한국시각) 미 플로리다주 소그래스TPC(파72·709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등을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레티프 구센(남아공)이 8언더파로 준우승했고, 최경주는 공동 16위(1언더파)에 머물렀다. 타이거 우즈는 공동 22위(1오버파).

에임스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여자 골프 챔피언 출신인 할머니의 영향으로 골프를 배워 1990년부터 미 PGA 2부 투어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가난한 작은 나라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숱한 설움을 당해야 했다.

미국에 들어갈 때마다 불법 이민자 취급을 받아야 했고, 마침내는 비자 연장이 되지 않아 투어 출전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런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사람이 비행기 승객과 스튜어디스 사이로 만나 결혼한 부인 조디였고, 현재는 두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에임스에겐 2004년 웨스턴 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이른바 '빅 5'라는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 비제이 싱(피지), 구센과 어니 엘스(이상 남아공) 등 세계 최정상 선수들을 모조리 제치는 기쁨도 만끽했다.

특히 지난 2월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회전에서 우즈에게 대회 사상 최다 차이인 9&8(8개 홀을 남겨두고 9홀 차이)로 참패했던 수모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 더더욱 상쾌하다. 총상금 800만달러(약 78억원) 중 우승상금 144만달러(약 14억원)를 거머쥐었고, 내달 7일 개막되는 세계 최고 메이저인 마스터스의 4년간 출전권도 얻어 겹경사를 맞았다.

당초 마스터스 출전권이 없었던 에임스는 이번 대회 직후 2주일간 가족 여행을 떠나 모국인 트리니다드 토바고까지 다녀올 생각이었다. 에임스는 마스터스 출전이 아닌 가족과의 약속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게 제2의 인생을 안겨준 부인이 지난해 여름 폐암 수술을 받은 이후 건강을 완전히 되찾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