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는 그런 남편에게 말이다."
지난주 독일의 한 주정부가 이민 자격 시험을 실시했다. 독일로 이주해 살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치른 시험에서 이런 문항이 들어 있었다. 많은 한국 여성들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라며 숨도 안 쉬고 써 내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장 풍경은 달랐다. 여성 응시자들은 대부분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살아온 터키계(系) 무슬림이었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몰라 잠시 혼란에 빠졌다. 일부는 얼굴을 붉히며 중도에 퇴장했다. 이들의 모욕감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종교와 세계관이 시험받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부모가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시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는) 당신 딸은 학교 수영시간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
심지어 '동성애에 대한 견해는?'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나라로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이스라엘은 나라로서 존재할 권리가 과연 없다고 보는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이런 시험 문항들은 충분히 보편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답변은 응시자의 '성분(成分)'을 드러낸다. 출제자의 의도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이민 자격 시험으로 개인의 양심과 가치관까지 심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일에는 외국인 노동자만 670만 명이 들어와 살고 있다. 귀화한 외국인 수는 700만 명이 넘는다. 거의 미국에 맞먹을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열려있던 사회였다. 그런 독일이 이민 자격 시험을 갑자기 '장벽'을 치기 위한 시험으로 바꾼 것이다. '독일 사람은커녕 시험을 주관하는 해당장관도 결코 합격점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확실히 우리 편이라는 확신이 서야만 울타리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분은 독일의 것만이 아니다. 유럽의 나라마다 이민 자격 시험의 강화는 유행처럼 돌고 있다. '이민자라면 마땅히 그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라며. 심지어 '톨레랑스'(관용)의 이미지를 자랑해온 네덜란드조차 무슬림 응시자들에게 '나체 수영이 여기서는 합법인 줄을 아는가?'를 묻고 있다. 토플리스 수영복을 입은 여자와 키스하는 게이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의무적으로 구입하게 한다. 자신의 문화를 충실히 따르려면 들어오고, 그렇지 않으면 못 들어온다는 메시지다.
이민자들에게는 문제가 많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그 나라의 법과 제도를 따르겠다고 서약만 하고, 실제 그 나라말도 못하고 자기들끼리 무리 지어 산다. 복지 혜택만을 누리려 할 뿐 의무에는 무심하다. 무엇보다 이들에 대해 안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장벽을 칠 수도 없고, 자기의 문화만을 강요하고 그렇게 동화(同化)시킬 수만도 없게 됐다.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해야 하는, '어려운' 방식을 찾아야 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아웃사이더로 한쪽 구석에 계속 세워둘 것인지를.
(최보식 베를린특파원 congch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