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종희 한의사회장

한의사협회 엄종희(嚴宗熙·52) 회장이 지난 19일 열린 협회 선거에서 회장에 재선출됐다. 그는 당선의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서 '강성(强性)회장'을 선택했기 때문에, 한의사협회도 '전투 태세'를 갖추어야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족의학인 한의학이 세계로 진출해야 하는 이 시점에, 국내 의료인들끼리 영역 싸움이나 벌여서야 되겠습니까."

엄 회장은 한의학 발전을 위해선 서울대에 한의학대학이 신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생들 중 최고 엘리트들이 한의대에 몰려드는 것은 한의학의 미래가 밝다는 증거인데, 정부가 한의학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의학은 1953년 동양의학전문대(경희대 한의대의 전신)가 세워지면서 공식 부활됐으며, 이후 설립된 전국 11개 대학의 한의대는 민족의학의 산실이 됐다. 한의학이 중흥기를 맞으려면 국립대인 서울대에 한의과대학을 신설, 한의학을 체계화·세계화해야 한다는 것이 엄 회장의 지론이다.

엄 회장은 정부가 한의학을 발전시키려면 우선 현대적 의료 기기들을 한의사들이 이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사도 첨단의료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데 한의사는 왜 못 쓰게 하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도 양의학 중심으로 된 체제를 양·한방 공존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침은 한의학의 중심인데, 정부의 건강보험 진료비 책정에서는 외과의사의 주사 정도로밖에 취급을 안 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진단한 뒤 혈맥을 찾아 침을 20개 정도까지 놓기도 하는데 이것이 주사와 같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한의대 출신들이 독주하던 한의사협회장에 작년 7월 보궐선거에서 지방대 출신으론 처음 당선된 그는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한의대를 2회로 졸업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도 의사협회처럼 새로운 강성 인물을 회장으로 뽑자"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대의원들이 뽑는 간접선거에서 98대 95표라는 3표 차로 어렵게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1984년부터 '지킴이 한의원'을 열어왔다는 그는 인천환경운동연합 초대 조직위원장, 인천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등 시민운동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