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명 음대의 석·박사 학위증을 팔아온 브로커와 돈을 주고 산 학위증으로 박사 행세를 해온 음대 교수와 강사 등 120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19일 음대 교수와 강사, 교향악단 단원 등 20명을 모집, 러시아 F대의 박사학위를 2000만~3000만원씩에 팔아온 혐의(업무방해 등)로 도모(51·여)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돈을 주고 산 학위를 내세워 임용된 서울 J대 박모(50) 조교수와 지방 D대 권모(40·여) 전임강사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학술진흥재단에 학위를 등록한 심모(48·S대 강사)씨 등 16명은 벌금 700만~1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7~8년 걸리는 박사, 수천만 원으로 '뚝딱'
검찰에 따르면, 피아니스트 출신인 도씨는 1998년 서울 강남에 R음악원을 설립한 뒤 명문으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F대와 연계, 4~6학기 만에 학위증을 발급해 왔다. 학기당 1~2시간 등 총 10여 시간의 강의와 레슨, 일주일 정도의 러시아 현지 방문만으로 학위증을 준 것이다.
이 대학 총장 Z씨는 교수 1~2명과 매년 10여일 가량 방한해 강의 및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고 수익금 절반을 가져갔다고 검찰은 전했다.
도씨는 다른 러시아 명문 음악대학의 석사 학위증도 100명에게 팔았으며, 이런 학위 장사로 총 25억 원을 벌어들였다.
가짜 박사들은 학술진흥재단에 학위를 등록해 박사행세를 했으며, 이중 J대 박씨와 D대 권씨는 교수와 전임강사로 임용됐다. 음대 강사·교수, 교향악단 단원 임용 때 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가중치가 주어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적발된 20명 중에는 E대 교수 등 학위가 필요 없어 보이는 음대 교수도 8명이나 됐다. 검찰은 "이들 대부분은 연주 실력 덕분에 교수가 된 석사출신들로 박사과정 강의에 부담을 느낀데다 외국 박사 출신이 강단에 많아지자 가짜 학위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제대로 학위를 따려면 7~8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가짜 박사들 협회 만들어 연주회도
가짜 학위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음악원에 고용된 통역인에게 학위논문을 대필시켰다. 논문 대부분은 10~20쪽짜리였고, 논문 심사도 30분 안에 끝났다. 러시아어로 된 자신의 학위 논문 제목이 뭘 뜻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작곡 석사학위로 지휘 박사학위를 받는가 하면, 성악 전공자가 유아음악교육으로 전공이 바뀐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R음악원 출신들은 '러시아음악협회'라는 그럴 듯한 단체를 만들었다. 또 기념 연주회도 개최했다.
학위 수여식은 국내 유명호텔 식당에서 열렸다. 러시아인 Z총장은 학위증서 용지를 대거 갖고 들어와 음악원에서 직접 서명한 뒤 호텔 식당에서 학원 수료생들에게 수여했다. 학원측은 일부 교수 등이 호텔식당 학위수여식에 불만을 터뜨리자 러시아 현지에서 학위수여식을 다시 열기도 했다.
검찰은 "현행 외국 박사학위 신고 시스템이 단순히 학위 신고를 받고 통계를 내는 정도일 뿐 학위의 진위를 가릴 수 없어 이 같은 속임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