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랩튼, 제프 백, 키스 리처드(롤링 스톤스), 조 페리(에어로스미스), 닐 숀(저니), 리치 샘보라(본 조비)….
'기타 월드컵'이 있다면 당연히 '톱시드'를 배정받아야할 명 연주자들. 이들이 한데 모인 것은 오로지 올해 91세의 한 늙은 기타리스트를 위해서였다. 레스 폴(Les paul·사진).
울림통이 없는 날렵한 '솔리드 보디(Solid body)' 기타를 대중화시켜, 록, 재즈, 블루스를 불문하고 현대 대중음악이 요구하는 새로운 기타의 전형(典型)을 확립한 주인공이다. 그의 이름은 깁슨(Gibson)사의 기타 모델명으로 더 유명하다.
이번에 한국에 발매된 앨범 '레스 폴 앤 프렌즈-아메리칸 메이드 월드 플레이드'는 작년 6월 레스 폴의 90세 생일을 맞아 기획된 작품. 미국 대중음악의 명곡이 레스 폴과 걸출한 후배들 손길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스팅, 조스 스톤 등 참여 보컬리스트들 면모도 쟁쟁하다. '(Ain't that)Good news', 'Somebody ease my troublin' mind' 등의 곡에는 60년대 세상을 떠난 R&B 가수 샘 쿡의 걸쭉한 목소리를 덧입혔다. 레스 폴은 여러 음원을 따로 녹음해서 갖다붙이는 '멀티 레코딩'의 대가로도 유명하다. 듀크 엘링턴의 'Caravan', 로버트 팔머의 'Bad case of lovin' you' 등 익숙한 곡들이 끈적하거나 통통 튀는 고수(高手)의 연주를 타고 넘실거린다. 키스 리처드는 레스 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 남자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우리가 오늘날 여행하고 있는 길을 만들었다'. 올해 그래미에서 최우수 팝, 록 연주부문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