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을 보호하면 사회주의인가 자본주의인가.

지난 30여년간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연평균 10% 가까운 경제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에 사유재산 보호법을 둘러싸고 이념 논쟁이 불붙었다. 지난 5일 개막해 14일 막을 내리는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는 이번 회기에서 '물권법(物權法)'을 상정하려다 일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상정을 보류했다. 합법 재산의 사적 소유를 명기한 물권법은 8년 전부터 입법 준비가 시작돼 지난해 최종 성안을 거쳤고, 이번 전인대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브레이크를 건 사람은 베이징(北京)대 법과대학원의 궁셴톈(鞏獻田) 교수. 그는 지난해 8월 물권법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인터넷에 띄웠다. 그는 물권법이 소련·러시아 민법의 사회주의적 전통 및 개념을 위배하고 자본주의 민법을 받아들이는 등 4가지를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궁 교수는 물권법을 기초한 전문가들을 향해 "노예처럼 자본주의 민법을 베끼면서 부자의 승용차와 거지의 지팡이를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12일 미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궁 교수의 뒤를 이어 사회과학원 쭤다페이(左大培) 연구원, 런민(人民)대학 양샤오칭(楊曉靑) 부교수, 평론가 훙무(紅木) 등 학자들이 그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이들에 맞서 물권법 지지 전문가 50여명은 지난 2월 런민대학에 모여 토론회를 열고 '13억 인민'과 '당중앙 지도부'의 이름을 내세우며 물권법 지지를 다짐했다. 지난 2001년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국정자문기구)에 처음으로 물권법을 제안했던 정협 위원 왕샹(王翔)은 이를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갔다. 그는 "궁 교수가 물권법 전체를 부인하는 것은 문화혁명 시기의 무차별한 낙인찍기를 연상케 한다"고 공격했다.

전인대 상정이 유보된 물권법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현 당·정 최고 지도부의 의지에 비춰 조만간 재상정이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사회가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앞으로 이념 논쟁이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언론들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