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총리가 8일 업무에 다시 강한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총리는 이날 총리 공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당정 특위 회의 후, 일부 참석자들과 술자리를 겸한 모임을 가졌다.
이 장관은 "서울 강남북 재정격차 해소를 위한 세목교환은 잘되고 있느냐. 4월 국회 때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 "비정규직법이 복잡한 문제였는데 국회 상임위는 일단 통과시켰으니 고생했다. 4월 국회에서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는 등 국정 전반을 꼼꼼히 챙겼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공직자는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5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장관들 얘기를 하면서 "대구 같은 데는 참 힘들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특별히 어디가 나쁘다고 할 순 없는데, 전반적으로 기능이 저하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석자는 "이 총리가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며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업무를 열심히 챙기려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날 모임에선 이 총리의 골프 파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총리의 거취를 묻는 사람도 없었고, 이 총리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이 총리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꺼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류가 총리실 주변에서 감지되고 있다. 7일부터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일제히 이 총리 감싸기에 나섰고, 8일 이 총리 사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 총리의 의기소침했던 태도도 급변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으로부터 이 총리를 유임시키겠다는 뜻이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또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 것이 청와대·총리실의 정세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부에선 한덕수 경제부총리, 이상수 노동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고, 열린우리당에선 강봉균 정책위의장, 문병호 정책위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와인이 3잔 정도씩 돈 이 자리에서 농담도 오갔다. 유 장관이 "부처에 와보니 일이 엄청 많더라.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여당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장관은 축하 난(蘭)의 꽃이 떨어질 때까지가 좋다"고 했다. 유 장관이 "얼마나 걸리냐"고 묻자, 강 의장은 "한 달 정도"라고 했다. 이 총리는 유 장관에게 "보건복지부 장관은 업무를 잘 챙겨야지 자칫하면 몸 성히 돌아오기 힘든 자리다. 각별히 조심하라"는 충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