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초등학생이 등굣길 학교 정문 앞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사고로 숨진 그 곳은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이다. 아침 등굣길, 인도를 따라 걸었던 초등학생은 가장 보호받아야 할 그 곳에서 공사장을 오가는 15t 덤프트럭에 깔렸다. 엉터리 스쿨존이 낳은 참사였다.
◆사고=6일 오전8시30분쯤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 신현중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하던 김모(신현초등4년)양이 서모(49)씨가 운전하던 15t 트럭에 치여 숨졌다. 김양은 올해 같은 학교에 들어간 동생(여·8)과 함께 등교하던 길이었다.
트럭을 운전하던 서씨는 공사장으로 가기 직전 신현중학교 정문 방향으로 갑자기 차를 돌렸다. 흙을 싣고 난 뒤 좁은 길에서 차를 돌리느니 차라리 중학교 정문에서 방향을 바꿔 후진(後進)으로 30m 정도를 운전해 공사장에 들어가자는 계산이었다. 김양은 중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던 트럭 뒷바퀴에 치여 숨졌다. 무시무시한 중장비가 어린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위협했지만, 사고 현장에는 안전요원이 한명도 없었다고 경찰은 말하고 있다.
◆무늬만 스쿨존=이날 사고는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났다. 스쿨존은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반경 300m 이내 주(主)통학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차량의 시속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주·정차를 금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도로교통법에 의해 1995년 마련됐다. 스쿨존에는 표지판과 과속방지턱 등이 설치된다.
경찰은 지난 2004년 9월 신현초·중교 앞길을 스쿨존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곳에는 주·정차를 막기 위한 40㎝ 길이의 기둥원통만 2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을 뿐, 스쿨존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없었다. 과속방지턱과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울타리도 없었다.
◆어린이 보행자 사망률 OECD 국가중 1위=2003년 국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만 14세 이하 어린이 394명 중 269명이 보행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의 80% 이상이 학교나 집 부근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한국생활안전연합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한 해외전문가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린이 보행자사망률이 5.41%로 1위"라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