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아침, 증권거래소 기자실이 후끈 달아올랐다. KT&G에 경영권 공격을 가하고 있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측이 KT&G에 편지를 보내 2조원어치의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공개매수'란 기업을 빼앗으려는 측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경영권을 놓고 한판 붙어보자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그런데 아이칸측의 편지를 본 전문가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편지에는 '인수'하겠다고 썼지, '공개매수'하겠다고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보면 단순히 KT&G 경영진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해석도 가능한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아이칸측이 구체적으로 매수의사를 밝혔고, 현 경영진이 주식을 내놓을 턱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선 당연히 공개매수일 것이라는 분석이 파다하게 퍼졌다.
하지만 당시 아이칸측 관계자는 "코멘트할 수 없다"만을 연발했다. KT&G 역시 대부분 언론이 쓰고 있는 '공개매수'라는 단어를 해명하기 위한 적극적인 반박을 하지 않았다. KT&G 주가는 언론들의 '공개매수 돌입' 대서특필 덕분에 그날 하루 11% 넘게 폭등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1주일 동안 침묵하던 아이칸측은 지난 주말에야 금감원에 편지를 보내 '공개매수' 선언이 아니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아이칸측은 '공개매수'가 "일부 언론이 만들어낸 해프닝"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다시 하락, '공개매수'를 믿고 주식을 산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됐다.
아이칸측의 공세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다는 데 흥분해 '공개매수'가 아닐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지 못한 언론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사태를 방치한 KT&G측이나, 1주일간이나 '오보(그들의 표현에 따르면)'덕분에 주가상승을 즐긴 아이칸측 모두에게 '주주 보호'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흡 경제부 po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