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옥 인제대 교수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부터 2010년까지 추진할 제2차 국가 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의 영어교육을 1·2학년생까지 확대,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친 시범 실시에 이어 2008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인천, 부산·진해, 광양 등 3개 경제특구와 국제 자유도시인 제주도의 초·중등학교에서는 수학과 과학 교과내용을 외국어로 가르치는 '영어 몰입교육(English Immersion Program)'이 시범 실시된다고 한다.

6년전엔 줄이라더니…
그러나 정부가 욕심만 부려서 너무 조급하게 전시행정적인 발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걱정되는 면들이 있다. 1997년 초등 3학년부터 영어 지도가 시작되어 매주 2시간씩 지도하다가 2000년부터는 매주 1시간으로 줄어들더니 이제 갑자기 초등 1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확대해서 가르치도록 하는 결정은 아무리 보아도 갈팡질팡하는 교육 시책이 아닐 수가 없다.

필자가 최근에 부산 교육 연수원에서 재교육을 받고 있는 초등 선생님들에게 초등 영어 교육 확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이 교사 개발과 자료 개발이고 2008년부터 초등영어를 확대해서 실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므로 차분한 준비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교사 양성·자료개발 시급
회화 중심 영어 수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유능한 교사 양성이 시급하고 회화 중심 수업을 위해서는 자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선학교에서 아직도 교사들이 스스로 자료를 만들거나 아동들에게 만들어오게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부차원에서 풍부한 비디오 자료를 개발해 줄 것을 바라고 있었다. 더구나, 오는 2007년까지 초등 1~2학년에 대해 시·도 교육청별로 1 개교씩 선정해 시범학교를 지정하고 그 학교에는 영어능력 우수교사와 원어민 보조교사가 우선적으로 배치된다고 하는데 과연 1개 학교에 1명 또는 두세 명의 원어민 보조 교사로 전체 초등학생들에게 얼마나 영어 회화 지도 혜택이 돌아갈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가 없다. 만일 원어민 보조 교사를 배치하려고 한다면 그 수를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모국어도 아직 습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 배울 학년을 낮춘다면 언어 발달 장애 및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 심히 우려되고 한국어를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언어 혼란은 물론이고 문화의 혼란마저 일으키게 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저학년으로까지 확대하려는 방침에 대해 이처럼 현장의 교사들은 유능한 교사와 자료의 준비 부족 등 여러 가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한편, 지나온 영어 교육을 한번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꼼꼼히 따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홍진욱 인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