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부적절한 3·1절 골프'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일 사실상 사의를 표명,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노 대통령은 5일 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6~14일로 예정된 아프리카 순방 이후 이 총리 거취에 대한 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교체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 제출을 시사하고 있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총리 한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람이다. 탄핵 복귀 직후 시작된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가 이 총리의 존재를 전제로 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2004년 6월 취임한 이후 역대 '최강의 실세 총리' 소리를 들으며 실권을 확대해왔다. 물론 노 대통령의 위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일상적 국정운영'을 거의 전담했고, 각료 제청권도 점차 강화돼 왔다. 국무회의 운영도 이 총리 몫이었다. 노 대통령이 앞으로 양극화 및 한·미 FTA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 총리가 취임하면서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고, 올 연초 노 대통령이 이 총리에 대해 '천생연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유임시킨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따라서 이 총리의 퇴진은 노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기조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이 총리의 퇴진이 레임덕의 조기(早期) 본격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당정관계에서 정부의 상대적 우위가 가능했던 것은 이 총리의 정치적 위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었고, 또 이 총리가 전면에 나서 노 대통령이 받을 비판을 막아온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중진들 중에는 그래서 "제대로 된 후임 총리를 못 찾으면 청와대의 정국 주도권은 사실상 끝"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유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 총리를 유임시킬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악화가 불보듯해 교체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총리 교체를 전제로 할 때 또 한 번 정치형 총리로 간다면 야당의 반발로 정국운영 부담뿐 아니라 노 대통령이 역점을 두겠다는 양극화 문제 등도 풀어가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역대 정권의 임기 후반기에 나왔던 '얼굴 총리'로는 국정 주도가 어렵다.
이에 앞서 이해찬 총리는 이강진 공보수석을 통해 "사려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수석은 이 총리가 4일 저녁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 후 자신의 거취문제를 협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