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일생을 담은 전기(傳記) 영화가 주는 감동의 농도는 주인공에 대한 사전 지식의 정도와 비례한다. 주인공의 궤적을 숙지하고 있는 관객에게는 영화 속 소품 하나도 의미 있는 오브제로 다가가지만, 어렴풋이 이름 정도 알고 있는 수준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영화도 '관찰' '발견' 이상의 가슴 울림을 주기 힘들다.
팝뮤지션 조니 캐쉬(1932~2003)의 음악과 사랑을 그린 영화 '앙코르'는 이 감동의 사이각이 더 벌어지는 영화인 듯하다. 조니 캐쉬는 미국에서 '백인 컨트리 음악의 전설'로 불리며 엘비스 프레슬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지만,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수가 아니다. 그래서 관객의 포커스는 감동의 추적보다는 관찰의 기쁨에 맞춰진다.
어린 시절, 사고로 형을 여읜 조니 캐쉬(호아킨 피닉스)는 라디오를 벗삼아 불우한 유년을 보낸다. 풋사랑과 결혼하고 외판원으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머릿속에는 음악뿐. 우연히 들른 레코드 가게에서 프로듀서의 마음을 사로잡고 첫 음반을 취입한다. 캐쉬는 순식간에 부와 명예를 이루게 되고, 어릴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싱어송 라이터 준 카터(리즈 위더스푼)와 사랑에 빠진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대스타가 되는 과정, 마약에 빠져 비틀거리는 삶의 모습 등이 '소울의 대부'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레이'의 장면과 오버랩된다. 외면적인 성공과 내면의 파멸을 대비시켜 읽어내는 통찰력과 사랑과 음악을 버무려 담아내는 방식도 닮았다.
그러나 '레이'가 음악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간이역을 거치는 구도라면, '앙코르'는 캐쉬와 카터가 사랑의 종착역에 다다르는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루고, 음악은 그 여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보조 장치로 존재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두 스타의 운명적 사랑을 부각시키려는 욕심이 과해, 영화 후반부에서는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내가 있지만 40번이나 프로포즈해 사랑하는 여인을 쟁취하는 모습은, '쿨한 사랑'을 교리 삼는 젊은 관객에게 집착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사실 '앙코르'는 '조니 캐쉬와 준 카터'를 기리는 영화라기보다는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을 재발견한 영화다. 주인공처럼 실제로 형(리버 피닉스)을 잃은 호아킨 피닉스는 자신의 슬픔을 토해내듯 온몸으로 연기하고, '금발이 너무해' '스위트 알라바마'에서 백치미를 발산했던 리즈 위더스푼도 삶의 깊은 굴곡을 체화해 보여준다. 두 배우가 직접 부른 노래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