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과 4월 경찰 인사가 뒤죽박죽되게 생겼다. 3월1일이 되면 경찰의 경사가 8년 근속하면 경위로 자동승진(근속 승진)하는 것 등을 규정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 법 대로라면 3월에만 경사 3700명이 경위로 승진하게 된다. 경사로 승진한 지 8년이 되는 사람이 이 숫자라는 얘기다. 원래의 경찰공무원법은 경사→경위로의 자동승진제도가 없었다. 개정안은 또 경위 이하 다른 계급의 승진 연한도 1년씩 단축했다. 만약 이 법이 연말까지 그대로 시행된다면 올 한해 경사→경위 5340명, 경장→경사 5937명, 순경→경장 326명 등 총 1만1603명이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노무현 대통령은 한때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했다. "경찰관의 승진연한을 1 년씩 각각 단축하면 소방직 공무원 등 다른 일반 공무원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유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재개정안 제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개정안은 자동승진제도를 없애고 승진연한도 원래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개정안은 국회 행정자치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행자위의 야당 의원이 반대했고, 자동승진제 도입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들도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이제 2월 임시국회의 남은 기간은 4일이다. 개정안 시행일인 1일까지는 이틀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정부와 여당은 27일 이 문제로 당정협의를 갖는다. 재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 자동승진제 시행시기를 늦추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될 가능성은 낮다. 불과 나흘 동안 행자위→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하기는 힘들다. 여기에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사학법 재개정, 비정규직법 처리와 연계해 놓고 있다.
이제 경찰 수뇌부의 선택만 남아있는 듯하다. 한 경찰 간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한 것은 없다"고 했다. 만약 경찰 수뇌부가 청와대와 정부의 움직임을 봐가며 법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내부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법을 시행해 수천명을 승진시킨 뒤 재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이유로 자동 승진제를 없애버리면 '개정안 시행 기간' 동안에 승진한 사람에게만 특혜를 준 것 같은 모양새가 된다.
어찌됐든 재개정안을 밀어붙이고도 관철시키지 못한 노 대통령과 정부는 진퇴양난의 처지가 되고 말았다. 27일 당정협의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