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는 26일(한국시각)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한 바퀴를 남기고 엄청난 스피드로 추월을 시작했다. 스케이팅이 독특했다. 왼발을 활주하듯 길게 끌며 인코스로 쭉 들어가는 듯 싶더니, 갑자기 몸을 튕겨 바깥쪽으로 빠져나가 단숨에 캐나다의 매튜 투르코트의 앞쪽으로 돌진했다. 그리곤 폭발적인 힘으로 트랙을 넓게 돌며 골인. 마치 UFO가 기존 항공기로는 불가능한 공중 기동을 하듯 직선으로 탁·탁·탁 지그재그 선을 그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1000m 결승에서 한국선수들에게 잇달아 추월당했던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는 "안현수가 바깥쪽에서 날 앞질러갈 때 제트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998년 나가노대회 '날 밀어넣기'(김동성·전이경),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교대 타이밍 변형'(여자 3000m 계주) 등 대회 때마다 기상천외한 작전을 선보였던 한국은 토리노에선 '바깥쪽 추월'이란 신무기를 들고 나와 금 8개 중 6개를 걷어들였다.
'바깥쪽 추월'은 사실 상식에 반대되는 행위다. 트랙의 길이는 맨 안쪽 기준으로 111.12m. 양쪽 코너는 반지름 8m인 원의 반원 둘레 길이인 25.12m다. 대표팀 송재근 코치는 "바깥쪽으로 추월하려면 트랙 한 바퀴를 돌 때 5~10m 정도 거리를 손해 보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체력소모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남자 5000m계주에서 안현수가, 여자 3000m계주에서 변천사가 '바깥쪽 추월'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다른 선수들도 과감한 바깥쪽 파고들기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엄청난 지구력과 스피드가 결합돼야 하는 '바깥쪽 추월' 훈련은 체력소모가 일반적인 레이스보다 30~40% 많고, 충돌 위험도 있어 태릉선수촌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했다.
한국의 '바깥쪽 추월'은 빙질이 무른 토리노 팔라벨라 링크에서 더 위력적이었다. 안쪽은 선수들의 집중적인 스케이팅 때문에 빙질이 나빠져 그만큼 레이스를 펼치기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 대표선수들은 레이스 후반엔 얼음이 상대적으로 깨끗한 바깥쪽을 골라 돌았다. 쇼트트랙 기술의 진화를 한국이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