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을 찾아가 우동을 만들어 줬더니 한 아이가 '이 음식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요. 처음 먹어 본다는 것이었죠. 마음이 짠했어요."
위탁급식전문업체인 CJ푸드시스템 마산지점의 영양사 구해숙(29), 남지영(28), 백정인(28), 김정연(28), 엄정화(28)씨 등 5명은 매달 둘째 일요일이면 마산 영신보육원의 '밥해주는 이모들'이 된다. 백씨 외엔 모두 미혼이다. 평소엔 근무지도 서로 달라 얼굴 보기도 어렵지만 보육원 가는 날엔 어김없이 모인다. 그러곤 60여명의 꼬마들을 찾아가 특별한 점심 파티를 열어 준다. 벌써 2년째다.
"일요일에는 보육원 식사 담당자들이 쉬는 탓에 아이들이 끼니를 대충 때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딱 우리 일이 여기 있구나 생각했죠. 저희가 영양사잖아요. "
이들은 구해숙씨가 여고 시절 걸스카우트로 봉사활동을 했던 인연이 있는 영신보육원을 찾아가 밥을 지어주기 시작했다. 이모들의 봉사는 아이들에게 그저 '맛난 점심 한 끼'를 넘어서는 기쁨을 안겼다. 급식만 먹는 보육원 아이들이 그동안 먹고 싶어도 먹어보지 못했던 외식 메뉴들을 맛보게 된 것. 남자 아이들은 불고기 덮밥 같은 걸 제일 좋아하고, 여자 아이들은 메밀국수 우동 같은 면류나 튀김·유부초밥을 해주면 좋아했다.
보육원 봉사는 늘 새로운 메뉴를 연구해야 하는 영양사들의 일에도 도움을 준다.
"지난번엔 흑임자(검은깨), 당근, 파슬리로 세 가지 색을 낸 '삼색 오징어'를 만들어 줬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회사에 건의해서 정식메뉴로 등록도 했죠."
재료비는 매번 1인당 2만원씩 추렴한다. 처음엔 회사 지원이 없어 빠듯했지만 작년 말부터 회사에서도 매달 10만원씩 지원해 주고 있다.
"쉬는 날 주방일 하는 게 고생스럽지 않으냐"는 물음에 구씨는 "우리가 나타나면 '이모~'라고 부르며 뛰어나오는 보육원 아이들 얼굴을 보면 힘들기는커녕 '더 자주 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우리 다섯은 이 일을 꼭 오랫동안 계속하자고 약속했어요. 한 달에 한 번 하는 것도 무리하지 않아야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나이가 들거나 사정상 회사를 떠나더라도 이 봉사 활동만큼은 영원히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