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방송의 하나인 CBS가 오너와 후계자 간의 갈등에 휘말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CBS와 미디어그룹 바이어컴의 오너인 섬너 레드스톤(82)이 회사 경영권을 놓고 외아들 브렌트(52)와 소송을 벌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들 브렌트는 이달 초 메릴랜드주의 한 법원에 자신이 전체 지분의 6분의 1을 소유하고 있는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지분매각 제한 조치를 풀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내셔널 어뮤즈먼트는 레드스톤 일가의 가족회사로, CBS와 바이어컴 등의 모(母)회사 격이다. 브렌트는 소장에서 "아버지가 나의 경영참여를 차단하기 위해 불합리한 제한조치를 적용할 뿐 아니라 바이어컴이나 CBS주식 취득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는 지난해 포천지 선정 미 100대 부자 순위에서 20위를 차지한 인물. 부자 간의 불화는 미국 미디어업계의 거목인 아버지가 수년 전에 외동아들을 제치고 딸 새리를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아들은 계열사의 임원직을 여러 차례 맡았으나 정작 중요한 자리에는 가지 못했다. 반면 딸 새리에 대해서는 후계자로 공식선언하면서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실망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딸을 편애하면서 아들은 가족 재산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도 배제되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상한 아들은 자신이 가진 대주주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쿠데타' 방지책을 마련해 놓았다. 1972년 내셔널 어뮤즈먼트를 설립하면서 이 회사의 주식 소유자가 주식을 팔고자 할 때는 반드시 가족에게 장부가격으로 넘겨야 한다는 규정을 정관에 넣었던 것이다. 시가로 80억달러(약 8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장부가로 평가하면 '푼돈'에 불과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아들 브렌트가 대주주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아버지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내셔널 어뮤즈먼트 주식의 3분의 2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딸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작업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저널은 전망했다.


(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